삼성 준법위, “삼성전자 사규에 노조 방해 독소조항 없다”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이 삼성 노조 활성화를 위한 실효적 절차를 요구한 가운데 “삼성전자 사규에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독조조항은 없다”는 입장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준법위가 지난 4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들에게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절차 규정을 요청,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경영원칙 포기 및 노동3권 보장을 선언한 상황에서 실효적 절차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달 이 부회장이 선언한 노동 3권 보장은 선언적 부분”이라며 “얘기는 그렇게 했지만, 그가 말한 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준법위 관계자, “노조활동으로 인한 생활 지장 및 불이익 문제 등 없도록 개선해야”
이 관계자는 “노조 가입이라든지 활동 등에서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삼성 사규에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독소 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노조 가입 미비와 관련해 “삼성 계열사가 굉장히 많고 계열사마다 노조 관련 제도나 규정이 잘 진행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노조활동을 통해서 생활에 지장을 주는 부분들이 없도록 개선하고 불이익 없이 세밀하게 정비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에는 4개의 각각의 노조가 있고, 사측은 각각의 노조와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인데 노조가 불응하는 것인데 회사측이 무슨 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까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따라서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노동3권 보장 발언에도 불구하고 삼성 주요 계열사에서 노조 가입이 미비하고 기존 노조들이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을 주목, 노조 가입 및 임단협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불이익 방지’ 조치 등을 삼성측에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1980년에 구성돼 활동해온 노사협의회와는 별도로 4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1,2,3노조는 조합원이 2명, 3명, 3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 해 11월 16일 출범한 제 4노조(한국노총 산하)가 조합원 500여명 규모로 최대이지만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 이후에도 조합원 수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주노총도 삼성전자 등에 노조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노사협의회는 지난 3월 임금인상률 2.5%,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 인상(55세에서 57세로 조정)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4개의 노조는 사측에 적극적으로 임단협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현행 노동법상 군소 복수노조의 경우 노사 양측이 개별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노조의 활성화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의 주요 계열사 직원들의 ‘자율적 선택’의 문제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주요 계열사 사규에 노조 참여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측이 직원의 노조 가입 및 노사임단협을 촉진할 실효적 절차 규정을 정비하라는 삼성준법위의 요청은 ‘실체없는 압력성 발언’이라는 평가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한 기업의 정규직만 국내 10만명, 해외 합치면 30만명 규모에 이른다”면서 “글로벌 기업답게 연봉을 포함한 근무 환경이 쾌적하고 최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노조에 가입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 준법위는 지난 4일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발표한 후속 조치와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도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절차 규정을 정비하고 산업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