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넥슨 매각 포기한 김정주의 글로벌 엔터 투자, 넷마블 벤치마킹했나

김태진 입력 : 2020.06.04 08:28 ㅣ 수정 : 2020.06.04 08:28

1년전 10조원대 넥슨 매각 불발은 행운/김정주의 새로운 선택은 글로벌 엔터의 IP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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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올해 2조원이 넘는 현금보유고를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넥슨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 투자 계획을 밝혔다. 넥슨은 지난 해 1월 김정주 대표와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64%를 매물로 내놓아 인수합병 시장의 빅이슈로 떠올랐다. 매각가격은 10조원대로 알려졌다.

 
NXC는 지주회사이다.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재팬 지분 47.02%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의 넥슨은 넥슨재팬의 100% 자회사다. 당시 마땅한 구매자가 나서지 않아 불발됐다. 올해들어 넥슨의 시총은 20조원대를 넘어섰다. 매각불발이 행운이었던 셈이다. 김 대표가 던진 새로운 카드는 글로벌 엔터 투자를 통한 지적재산권(IP) 확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김정주 NXS 대표[사진제공=넥슨]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강력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상장기업에 15억 달러(1조8330억여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보유금으로 중견 게임사나 전자상거래 회사인 위메프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문화콘텐츠 투자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넥슨의 투자법은 앞서 게임업체 넷마블이 엔터테인머트 기업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에 거액의 지분투자를 한 것과 유사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빅히트 2대 주주로서 BTS의 IP를 활용해 수익 창출에 나선 넷마블의 투자 기법을 넥슨이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넥슨은 지난 4월8일 네오플로부터 3820억원을 ‘운영자금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차입했다. 이어 4월27일 같은 목적에 따라 추가로 1조1140억원을 추가로 매입했다. 2019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인 7112억원에 더해져 약 2조 2073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에 대해 인수합병 등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결국 넥슨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넥슨은 어떤 회사에 투자할 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다루는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언 마호니 넥슨 대표는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함과 동시에 훌륭한 IP를 만들어 유지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양한 유형의 강력한 IP를 창조해 온 넥슨의 비전을 한층 더 강력히 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 넷마블과 빅히트의 시너지, 매니저 게임 ‘BTS월드’ 매출과 제품 판매로 수익 창출

 

넥슨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는 모습은 온라인 게임 업체 넷마블의 빅히트 IP 활용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넷마블은 빅히트 지분 25.1%를 보유한 2대 주주로서, 빅히트와 협력을 맺었다. 그 결과, 넷마블은 빅히트의 IP인 BTS 등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넷마블은 테이크원컴퍼니가 개발한 BTS 매니저 게임 ‘BTS월드’를 지난해 6월26일 전 세계 176개국에 14개 언어로 동시 출시했다. 출시 초기 일 매출 약 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500만 다운을 돌파하며 인기를 얻었다.

 

더불어 BTS월드를 통해 모바일 게임 서비스 매출 외에도 2차 창작물 판매를 진행하며 다양한 제품에 BTS월드 IP를 활용했다. 넷마블은 올해 3분기에 방탄소년단을 IP로 한 새로운 게임 ‘BTS유니버스 스토리’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신규 IP개발해온 넥슨, 글로벌 엔터의 IP재활용으로 선회?

 

넷마블이 BTS IP를 활용해 막대한 시너지를 얻고 있는 점이 넥슨의 투자전략과 유사한 대목이다. 그동안 신규 IP 발굴에 몰두해온 넥슨이 콘텐츠와 수익 창출에 강점을 지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와 협업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인수합병이 아닌 지분 투자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넷마블은 45.1%의 지분(지난해 말 기준)을 보유한 최대주주 방시혁 의장과 함께 빅히트의 2대 주주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넷마블 주식 24.1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먼 친척관계이다. 혈연관계인 방방 형제가 각 영역의 시너지를 발휘해 사업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상호 경영은 불간섭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도 지분을 인수할 뿐 투자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마호니 대표는 “피 투자사에 도움이 되는 소수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넷마블은 빅히트 상장으로 막대한 차익 예상 / 넥슨은 상장된 글로벌 엔터기업 투자

 

그러나 넥슨의 투자계획은 넷마블과는 상당히 다른 측면도 있다. 먼저, 넷마블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투자와 달리 ‘글로벌’ 기업을 택했다. 넥슨은 국내에서는 기존 IP에 강점을 지녔기에 해외 IP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상장 여부가 다르다. 넷마블은 비상장 기업인 빅히트가 연내에 상장됐을 때 막대한 투자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빅히트는 올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 전 사전협의를 신청했다.

 

반면, 넥슨은 ‘상장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상장기업은 비상장기업과 달리 일정 규모와 투명성을 갖춘 것으로 인증 받은 기업이다. 즉, 넥슨은 위험성을 감수한 투자차익 대신 입증된 기업의 IP를 활용하는 다변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호니 대표는 “훌륭한 IP를 만들고 유지해 온 능력 있는 회사들에 투자하는 것에 더해 함께 일할 기회가 열려있는 장기적 관계 발전을 희망한다”고 했다.

 

■ 지난해 자체 IP 개발 성과 적어 / ‘슈퍼IP’ 재활용으로 전략 선회한 듯

 

넥슨의 IP개발 전략의 변화라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마호니 대표는 “우수한 경영진에 의해 운영되는 선도적인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들에 투자하려 한다”며 “훌륭한 IP를 만들고 유지해 온 능력 있는 회사들에 투자하는 것에 더해 함께 일할 기회가 열려있는 장기적 관계 발전을 희망한다”고 했다.

 

넥슨은 그동안 △데브캣스튜디오 △왓스튜디오 △원스튜디오를 비롯한 내부 스튜디오와 개발 자회사 △띵소프트 △넥슨지티 △넥슨레드 △불리언게임즈 등 7개 팀별로 구성돼 자체 IP를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이런 개발팀을 토대로 삼아 지난해 △스피릿위시 △고질라 디펜스 포스 △런닝맨 히어로즈 △린: 더 라이트브링어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트라하 등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지만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IP 발굴에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메이플스토리 등과 같은 기존의 롱런게임들이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넥슨은 기존의 대표 IP를 재활용하고 있다. 올해 모바일 신작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출시해 양대마켓 매출 상위권에 등극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 기세를 이어 올해 최고 기대작인 ‘던전앤파이터’과 ‘마비노기’ 모바일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넥슨 입장에서는 신규 매출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IP 발굴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함으로써 ‘슈퍼IP’를 재활용하는 발전전략을 택했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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