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기술의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 판이 커지고 있다.
‘대선배’ 네이버의 글로벌 독자 연구개발(R&D) 노선에 맞서 통신 외 먹거리를 갈망하는 SK텔레콤과 KT가 각자의 우군을 끌어모으는 형세다. 특히 KT 주도 산·학·연 AI 협의체 ‘AI 원팀(One Team)’에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하면서 경쟁 구도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 ‘KT·LG전자·유플러스’ vs ‘SKT·삼성·카카오’ 대립구도 본격화
LG전자와 KT, LG유플러스 3사는 3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인공지능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세 기업은 AI 기반 연구과제 수행, AI 기술 및 경험 공유, 산학연 연계 인재 양성 등에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KT 주도의 AI 원팀은 지난 2월 KT와 현대중공업그룹, 카이스트,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을 스타팅멤버로 출범한 AI 연구 공동체다. 진행 중인 연구과제는 AI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 딥러닝 기반 음성합성 기술, 고장 예측을 위한 스마트팩토리 AI 고도화 등이다. 지난달 15일 첫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열어 주요 15가지 연구과제에 대한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LG유플러스와 KT는 5G와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에, LG전자는 인공지능 솔루션에 강점이 있어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3사는 기대했다. 3사는 KT가 운영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기가지니'와 LG전자 'LG 씽큐(LG ThinQ)'의 음성인식을 연동하거나 KT와 LG유플러스의 홈 IoT(사물인터넷) 서비스에 LG전자의 스마트 가전을 연동하는 등 사업적 성과도 창출한다.
SK텔레콤 AI 동맹노선은 KT보다 먼저 구축됐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은 AI 분야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해 카카오와 3000억원대의 지분을 교환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간 AI 협력은 지난 1월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 ‘독자노선’ 네이버는 5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 AI 거점
국내 AI 업계에서의 전통적인 강자는 독자 연구개발 노선을 펼치고 있는 네이버다. 지난 2016년 ‘라인데이터랩스’를 세워 5년째 운영 중이다. 라인은 지난 3월 1일 AI 조직을 개편, 내년까지 200명의 AI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17년에는 당시 유럽 최대의 AI 연구소였던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해 AI 등 여러 분야의 연구인력 80여명을 흡수하고 이름을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바꿨다. AI 논문 인용 1만 건 이상인 연구자를 3명 보유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와 손잡고 AI 연구소를 열기도 했다.
네이버는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의 연구시설들을 한 데 묶어 AI 연구벨트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28일 개발자 회의 ‘데뷰 2019’에서 “장기적으로 이 연구 벨트가 미국과 중국의 엄청난 기술력에 견줄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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