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민이 판단해 달라”…이재용 부회장 ‘절실함의 마지막 카드’
[뉴스투데이=김영섭 기자] “이제 삼성에서는 상식을 가진 일반 시민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절실함과 절박감 나아가 자신감이 모두 합쳐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대기업 총수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는 “합병 과정 등이 과연 기소할 만한 사건인지 일반 시민의 판단에 한번 맡겨 보자”는 삼성 측의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일부 사장급 임원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검찰의 기소 판단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수사심의위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검찰의 기소 재량권을 견제·감독한다는 것이다.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검찰 자체 개혁방안의 하나로 도입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 심의 대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글로벌 위기 속에 삼성의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고 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 대비’란 메시지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세계 주요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처럼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신청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결백함을 강조하면서,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판단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학계에서도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이며, 당시 관련 기관의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건은 애초 전 정부 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 정권이 바뀌자 분식회계로 돌변했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전문가 토론회에서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주장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12~2013년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계에선 기업의 정상적 경영에 어려움을 줄 만큼 과도한 당국의 수사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1년여간 소환조사한 삼성 계열사 전·현직 사장은 총 11명으로 집계됐다.
한 학계 인사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고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는 경영에 좋지 않다”며 “정치가 경제보다 중요시되면 대한민국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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