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로 고객 이탈, 수익성 경고등…저축은행, 편의성 향상과 오픈뱅킹 도입한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예금금리를 적용해 고객 유치에 성공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낮아지며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줄고 있는 것. 이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저축은행들은 비대면 신원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동결제 시스템인 오픈뱅킹 도입에 나서는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언택트(비대면) 금융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기준금리가 연 1.25%에서 연 0.75%로, 이달 연 0.75%에서 0.5%로 추락함에 따라 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과 달리, 예금금리가 소폭 상승하며 예대마진이 줄었기 때문이다. 4월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월초 10.18%에서 월말에 9.79%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예금금리(12개월 기준)는 1.90%에서 1.92%로 상승했다.
게다가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2차 긴급대출을 시행함에 따라 저축은행의 우량 고객층인 신용 3~6등급의 중신용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이에 저축은행은 대출을 통한 영업이 어려워졌으며 예대율마저 낮아져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신과 자기자본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사실 기준금리 인하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리 인하의 간접적인 영향까지 필할 순 없다. 단적인 예로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낮추면 고객들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몰려 예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대율이 높으면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저축은행이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반대로 예대율이 낮으면 수익성의 하락으로 역마진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로 적정수준의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예금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5월 29일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예금금리는 1.92%이다.
SBI저축은행은 5월 26일 정기예금의 금리를 기존 연 2.0%에서 1.8%로 내렸다. 주력상품으로 입출금예금인 ‘사이다뱅크 금리’도 연 2.1%에서 1.8%로 두 달 만에 인하했다.
OK저축은행 역시 OK안심정기예금 등 주요 상품의 예금금리를 연 2.0%에서 0.2%p 인하했다. 웰컴저축은행과 유진저축은행도 예금상품 금리를 2.0%에서 각 0.15%p와 0.20%p씩 내렸다.
이에 저축은행 관계자 A씨는 “금리 인하는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도 있지만, 수익성을 위해 적정 예대율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 저축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보편화되고 있는 비대면 기조에 발맞춰 IT 부문 인력 채용과 애플리케이션(앱) 구축 등의 ‘언택트 금융’으로 전환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올해 60명의 경력직원을 채용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IT 인력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클라우드, 앱, 금융공동망 개발 등의 분야에 경력이 있는 IT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저축은행에서 IT분야 직원을 채용한 곳은 신한·유진·대신·아주저축은행 등 모두 5곳에 달한다.
이에 OK저축은행 관계자는 “IT 관련 직원은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역시 비대면 영업 활동의 중요성을 느껴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전문인력 채용을 통해 모바일 뱅킹 서비스 업그레이드나 비대면 영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전했다.
이 같은 IT 관련 직원 채용과 더불어 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중앙회가 개발한 공동 모바일 뱅킹 앱인 ‘SB톡톡플러스’의 ‘비대면 신원증명 간소화 서비스’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이 서비스는 복잡한 신원증명 절차 없이 생체인증만으로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이 여러 저축은행의 계좌를 개설할 때 실명 확인 절차를 반복해서 거칠 필요가 없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12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하반기엔 저축은행에도 은행의 송금과 결제를 표준화시키고 개방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하는 오픈뱅킹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2금융권의 오픈뱅킹 시스템은 상반기에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2금융권의 오픈뱅킹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저축은행업계에서도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앱을 구축하거나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