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희망으로 떠오른 아비간, 아베정부와 일본인들의 동상이몽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신약과 백신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전 세계가 기존 의약품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효과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일본 내에서는 자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아비간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며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비간은 후지필름 토야마화학(富士フイルム富山化学)이 개발하여 2014년에 신종 인플루엔자용으로 승인받은 약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200만 명이 복용할 수 있는 양을 상시 비축하고 있으며 올해 4월에는 139억 엔의 추가예산을 투입하여 비축량을 330만 명분으로 늘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위한 아비간의 1회 복용량이 신종 인플루엔자 때보다 3배 많기 때문이다.
카토 카츠노부(加藤 勝信) 후생노동상은 2월 22일 기자회견에서 관찰연구를 목적으로 코로나 환자들에게 아비간의 투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고 아베 총리는 5월 4일 기자회견에서 5월 중에 아비간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약으로 승인받겠다고 밝혔다.
총리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의 공식발언과 국가예산의 추가투입 덕분에 일본 내에서는 '아비간=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약'이라는 논리가 굳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많이 다르다.
에도가와대학(江戸川大学)의 쿠마모토 쿠니히코(隈本 邦彦) 교수는 동양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비간은 원래 승인되지 않았을 약"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아비간은 계절성 인플루엔자에 대한 확실한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거기에 부작용으로 기형아 출산위험까지 있기 때문에 승인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약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기존 약들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다른 약이 듣지 않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경우에는 시험해볼 가치가 있다는 지극히 특수한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던 것이다.
기존 인플루엔자에도 충분한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던 약이 갑자기 꿈의 신약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쿠마모토 교수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관련 법률에 근거하여 의약품 조사를 수행하는 독립행정법인 의약품의료기기 종합기구(PMDA)는 2014년 1월에 작성한 심사보고서에서 아비간의 계절성 인플루엔자에 대한 (제약사 측의) 신청효능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인은 곤란하다고 기록하였다. 즉, 코로나는커녕 본래 목적인 독감치료에도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아비간을 활용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인 후지타의과대학(藤田医科大学) 역시 이번 달 20일 "(아비간의) 유효성을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중간해석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5월 중에 아비간이 코로나 치료제로 승인받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여기에 일본의사회마저 아비간을 염두에 두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약을 승인할 수 없다"고 제언함에 따라 일본인들이 아비간에 가졌던 환상은 점차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각종 비리와 도쿄올림픽 연기, 코로나 늦장대응 등으로 연일 지지율이 하락하는 아베 총리로서는 아비간 외에 마땅히 여론을 반전시킬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은 듣지 않은 채 아비간의 조기승인을 재촉하고 있다.
또한 5월 4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3000여명의 코로나 환자에게 아비간을 투여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1만 5000여명이었기 때문에 어림잡아도 5명 중 1명이 아비간의 관찰연구 대상이 된 셈인데 이마저도 확실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아베 총리의 재선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