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자금조달 대안 ABS 발행 줄이는 까닭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5.26 05:00 ㅣ 수정 : 2020.05.26 05:00

자금시장 경색으로 ‘먹구름’…조달기간·조달원 다양화로 리스크 분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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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카드사들이 자금조달 대안으로 떠올랐던 자산유동화증권(Asset-Backed Securities ·ABS) 발행을 줄이고 있다. ABS는 카드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차입 방법이다.

 

이는 카드사들이 지난해 금융당국의 자금조달 채널 다양화 권고를 따라 ABS 발행을 늘려왔음에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자금시장이 경색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카드사들이 ABS 발행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BS 발행 카드사 역시 조달기간과 조달원을 다양화하는 등 리스크를 분산할 방침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자산유동화증권(Asset-Backed Securities ·ABS) 발행을 줄이고 있다.[사진제공=픽사베이]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올 1분기 신용카드채권을 기초로 한 ABS를 1조1781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36.3%(6718억원) 감소한 수치다.

 

일부 카드사들은 올 1분기 해외 ABS를 발행했지만 오는 2분기 각사의 자금상황이나 매출상황에 따라 발행을 조절할 방침이다. 업계는 코로나로 인한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이상 1분기 ABS 미발행 카드사들이 2분기에 신규 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카드사, 올 1분기 ABS 발행 36.3%↓…신한·우리·하나카드 등 약 1조2000억원 규모 해외 ABS 발행

 

카드사들은 지난해 ABS 발행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월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자금조달 구조 다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카드채에 집중돼 있는 자금조달수단을 다양화 해야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국내 전체 카드사이 발행한 카드채는 16조8550억원 규모로, 이는 2018년 대비 17.4%(3조5500억원) 감소한 수치다.

 

이에 비해 ABS 발행은 증가했다. 지난해 카드사가 발행한 4조9823억원 규모의 ABS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90.8%(2조3711억원)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ABS의 경우 자금조달 다양화 측면에서 발행하는 편”이라며, “해외 ABS의 경우 카드채 등에 비해 금리도 낮은 편이라 조달비용 절감의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드사들은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와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조달 비용을 잘 관리하는 것이 수익과 직결된다. 해외 ABS는 카드채와 비교했을 때 조달금리가 30bp(1bp=0.01%포인트) 정도 낮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해외 ABS 발행규모를 늘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해외 ABS를 무한정 발행할 수 없다. 정부가 카드사들의 해외 ABS 발행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ABS 신규발행을 하지 못하도록 카드사별로 10억~20억 달러 가량의 일정한도를 부여하고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만 허용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ABS 발행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우발채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부 역시 외화차입 비중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ABS 발행 한도를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 1분기 ABS 발행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해외 ABS를 발행한 카드사들은 하나·신한·우리카드 등이다.

 

하나카드는 지난 2월 가장 먼저 약 3억달러(약 3500억원)의 ABS를 발행했다. 지난 4월 신한카드는 약 4억달러(약 4900억원), 우리카드는 약 2억7000만달러(약 3300억원)을 발행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발행한 ABS는 해외발행시장에서 높은 신용등급(AAA)에 해당한다”며, “기존의 회사채 자금조달 의존정도가 높아 자금조달원을 추가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업계, “2분기 해외 ABS 발행 전망 어두워”…조달기간·조달원 다양화로 리스크 관리해야

그러나 업계에서는 2분기 해외 ABS 발행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자금시장이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해외 ABS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해외 ABS의 경우 국제 신용평가사 등과 최소 6개월~1년동안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며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 D씨 역시 “해외 ABS 발행 준비기간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된 올 1분기에 2분기 해외 ABS 준비에 나선 카드사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카드업계의 특성상 경제 상황의 여파가 은행 등에 비해 후행하는만큼 코로나 영향이 2분기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1분기 해외 ABS 발행에 참여하지 않은 카드사들 역시 자금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2분기에 신규 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ABS의 경우 신용등급과 자금조달 여력에 따라 참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개별사들의 역량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해외 ABS는 신용등급에 따라서 격차가 있기 때문에 매출채권 신용등급이 A이면 발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해외 발행 ABS은 AAA등급에 해당한다.

 

이어 그는 “ABS도 조달이 과도하게 이뤄지면 이자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여력에 따라 자금경색을 버틸 수 있는 최대 기한을 감안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해외 ABS를 발행한 카드사들도 향후 조달기간을 분산하고 조달원도 다양하게 활용할 방침이다. 즉 카드사의 자금팀이 주축으로 자금상황의 변동성에 따라 운용전략을 달리할 계획이다.

 

다만 카드사는 항공사처럼 ABS의 조기상환 리스크는 덜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사 등은 ABS 기초자산이 항공운임채권이기 때문에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고 투자자가 발을 빼면서 조기상환 리스크가 커졌다.

 

앞선 관계자 A씨는 “카드사는 ABS 기초자산이 주로 신용카드매출채권”이라며”, “코로나 여파에도 온라인 결제율이 높고 ABS 채권 신용등급도 높기 때문에 조기상환 리스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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