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마린온 무장형’ 성공하려면 무게 방정식 해결해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편집자>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군 당국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파생형인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을 무장형으로 만들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 헬기가 과연 상륙공격헬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란이 뜨겁다.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는 현재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의 선행연구를 마치고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이다. 사업 규모가 약 1조5000억원가량으로 추산돼 전략안 수립이 완료되면 방위사업청 정책기획분과위를 거쳐 국방부장관이 주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 해병대, 미군의 ‘아파치 가디언’이나 ‘바이퍼’ 도입 생각한 듯
이미 두 번의 선행연구를 거치면서 해외 도입에서 국산 개발로 사업의 가닥을 잡은 상태여서 ‘마린온 무장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거센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방위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청와대가 무리하게 국내 개발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해병대 장군 출신인 차동길 단국대 교수는 “상륙작전은 바다를 이용해 아군이 전혀 없는 적진으로 공격하는 가장 위험한 작전”이라며 “상륙공격헬기는 상륙기동헬기와 상륙돌격장갑차를 방호하고, 육상에서 최초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이어서 기동성, 긴급회피성, 방호성 측면에서 육군공격헬기보다 요구수준이 더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육군은 수리온을 기동헬기로 사용하면서 공격헬기로 미군의 아파치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 교수의 논리가 합당하다면 상륙공격헬기는 최소한 육군이 미국에서 도입하는 아파치 수준은 돼야 한다. 해병대에서도 최초에는 미 보잉사의 ‘아파치 가디언(AH-64E)’ 또는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벨사의 ‘바이퍼(AH-1Z)’를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장형 헬기의 경우 미 시콜스키사의 기동헬기인 ‘블랙호크(UH-60)’에 무장을 갖춘 ‘암드(Armed) 블랙호크’와 그의 후신인 배틀호크(AH-60L) 그리고 미 특전사가 운용하는 기종인 MH-60L DAP 등이 있다. 무장형 헬기는 동구권에서 주로 사용하며, 막강한 화력 제공과 동시에 전투 병력과 장비도 수송할 수 있어 공격헬기에 비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 내년 출범할 항공단, 상륙공격헬기 최대 24대로 1개 대대 편성
해병대는 상륙기동헬기 2개 대대와 상륙공격헬기 1개 대대로 구성되는 해병대 항공단을 내년 중에 출범시킨다는 목표이다. 우선 마린온 36대를 전력화하여 상륙기동헬기 2개 대대를 편성하고, 이후 2020년대 중반부터 전력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륙공격헬기 18∼24대로 나머지 1개 대대를 편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품원은 최근 선행연구를 통해 마린온 무장형이 군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한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근거와 기준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마린온도 염분에 견디는 방염 처리 등으로 수리온보다 300㎏ 이상 더 무거워졌다. 여기에 기관포·로켓·미사일을 탑재한 무장형은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고 기골 보강에 따른 무게 중심 변경도 야기한다.
게다가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조종사 및 승무원 보호를 위해 기체 내부에 방탄킷을 장착해야 한다. 2010년 아프간 파병 시 우리 군도 UH-60 헬기에 방탄킷을 장착했고, 현재 CH-47 헬기까지 방탄킷 장착을 추진하고 있다. 마린온 무장형에 방탄킷이 장착되면 무게는 더욱 늘어난다. 이렇게 무게가 증가해도 기동헬기를 보호하려면 공격헬기는 기동헬기보다 기동성이 뛰어나야 한다.
■ 헬기전문가, “탑재가용중량 적어 충분한 무장 탑재 어려운 상황”
한 헬기 전문가는 “수리온은 최대이륙중량 및 탑재가용중량이 적은 헬기”라면서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UH-60보다 최대이륙중량이 4300파운드 적고 탑재가용중량도 약 5000파운드 적으며, 마린온은 더 적어서 체형만 크지 힘이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마린온 무장형을 추진하면 충분한 무장을 탑재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다”고 말했다.
모든 논란의 귀결은 해병대에 도입될 마린온 무장형이 전장에서 상륙공격헬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개발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선의 방안은 전력화 계획에 맞춰 국내 개발이 성공하는 것이다. 전력화 시기가 다소 늦어지거나 1차 개발한 성능이 조금 부족해도 추후 성능 개량을 통해 목표한 수준의 개발이 가능하면 국내 개발이 우선이다.
KAI의 내부 분위기도 마린온 무장형으로 추진될 것을 생각해 ROC에 맞추어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아파치나 바이퍼 수준의 공격헬기를 개발하긴 어렵지만 북한을 상대하는 작전에서 쓸모 있는 무장형 헬기는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기동헬기 기반의 무장형인 AH-60L이나 MH-60L DAP 같은 헬기를 토대로 구상 중인 것으로 이해된다.
■ 해외도입과 국내개발 병행 주장도…개발 효율성과 ILS 문제돼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무장형 헬기로는 전시에 능력 발휘가 제한된다면서 무장형 헬기를 개발하더라도 상륙공격헬기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군도 베트남전에서 무장형 헬기의 한계를 느껴 공격헬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미 해병대도 현재 상륙공격헬기와 무장형 헬기를 혼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마린온 무장형이 필요하다면 추진하되, 상륙공격헬기를 일부 해외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의견을 제기한다. 즉 상륙공격헬기 1개 대대를 해외 도입한 공격헬기와 KAI가 개발한 무장형 헬기를 반반씩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로 편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개발의 효율성과 후속 군수지원(ILS) 문제가 제기된다.
일부 항공전문가들은 무장형 헬기가 기체 구조상 공격헬기보다 피탄 면적이 큰 것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으며, 병력·장비 수송을 병행하는 이점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무장형 헬기가 탑재가용중량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상륙공격헬기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미 특전사가 막강한 화력의 MH-60L DAP으로 특수 작전을 펼치는 사례를 들었다.
■ 엄청난 무장 갖춘 ‘힘센’ 헬기 만들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미군 수준의 무장형 헬기를 진화적 개발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MH-60L DAP 같은 수준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엄청난 무장과 방호력을 구비하고도 기동성이 우수한 ‘힘센’ 헬기를 KAI가 과연 만들 수 있느냐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단계별 ROC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이외에, KAI의 헬기 개발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전력화 시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한다. 수리온을 마린온으로 개조하는데 4년이 걸렸는데, 마린온 무장형 개발은 시험평가와 감항인증 절차까지 마치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얘기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기동헬기를 무장형 헬기로 바꾸는데 약 5∼6년이 소요됐다고 한다.
따라서 국방부는 방추위를 서두르기보다 수리온의 태생적 한계를 면밀히 검토한 후 부족한 탑재가용중량을 해결할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 만일 KAI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면 국내 개발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군 안팎에서는 상륙공격헬기와 관련해 항공(헬기)전문가와 해병대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