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스캔들에도 검찰지배 야욕 포기하지 않는 아베의 속셈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정부와 여당은 이번 국회에 제출했던 검찰청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단념하겠다고 이번 달 18일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저녁 기자들 앞에 선 아베 총리는 "국민의 이해 없이 앞으로 나갈 수는 없다. 비판에 확실히 대응하고 앞으로도 책임을 다하겠다"며 모처럼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직전인 지난 15일까지만 하더라도 "(국민들 사이에) 정책의 내용과 팩트 없이 일시적인 이미지가 퍼져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것"이라며 개정안 통과에 의욕을 보이던 모습에서 정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무엇이 아베 총리를 강제로 겸손하게 만들었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이번에 국회통과를 시도했던 검찰청법 개정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검찰청법 개정안은 일반 국가공무원의 정년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과 세트로 국회에 제출됐다.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검사의 정년을 현행 63세에서 국가공무원과 같은 65세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단, 검찰총장은 현재의 65세 정년을 그대로 유지한다.
두 번째는 보직정년의 도입으로 차장검사와 전국에 단 8명뿐인 검사장 등의 검찰간부는 63세를 지나면 평검사로 내려와야 한다. 목적은 인사경직화를 방지하여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함이다.
정부가 설명한 개정안의 내용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야당과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두 번째 내용에 교묘하게 삽입된 특례조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정안에 극렬한 반대와 비난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례란 바로 정부 내각이나 법무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총장이나 차장검사 등의 보직과 정년을 최대 3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쁘게 말하면 정권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검찰 간부들만을 의도적으로 오랫동안 자리에 앉혀놓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개정안은 통과는커녕 국회제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지만 아베 정부는 이미 도쿄고등검찰청의 쿠로카와 히로무(黒川 弘務) 검사장의 보직과 정년연장을 확정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인사조치 후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개정안을 올렸다는 비판에 정부 관계자 누구도 해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난여론이 정부는 물론 검찰청 안까지 밀려들어오자 쿠로카와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그가 지금까지 아베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으로 덮어버린 주요 인물이었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며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이쯤 되자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꺼려하는 일본인들조차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유명배우와 가수들의 비난의견이 SNS에 쏟아지며 트위터에서는 ‘#검찰청법개정안에항의합니다’라는 태그가 실시간 1위로 올라서기도 했고 前검찰총장들의 모임은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법무성에 공식적으로 전달하며 코로나를 뛰어넘는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거세지는 국민들의 분노는 여론조사에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이 16일부터 이틀간 실시간 전국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견은 반대가 64%로 찬성 15%를 크게 웃돌았고 반대로 아베정권의 내각지지율은 41%에서 33%로 급락했다.
국유지를 지인의 학교법인에 헐값으로 매각해버린 모리토모학원(森友学園) 비리, 특정 학교법인에만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한 카케학원(加計学園) 비리, 공적행사를 개인의 정치유세로 활용해서 비난받은 벚꽃을 보는 모임(桜を見る会)문제 때처럼 적당히 얼버무리고 언론을 침묵시키면 잠잠해질 것이라 예상했던 아베 총리도 이번에는 여론을 무시하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후퇴일 뿐 결코 그가 검찰청법 개정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언론발표를 통해 검찰청법 개정은 여전히 필요하며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 인식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고 이번 국회에서만 통과를 포기했을 뿐 차기국회에서 별도의 수정이나 철회 없이 동일한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에 더욱 집중된 상황에서 장기집권과 검찰장악을 노리는 아베 정권의 야욕이 이전처럼 수월하게 이루어질 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