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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삼성전자 이재용이 걸머진 ‘3가지’ 민감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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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5.22 07:11 ㅣ 수정 : 2020.05.22 07:11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 선택지 좁아져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미국과 중국간의 간의 글로벌 경제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두 강대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책임 소재지로 중국을 지목하고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 반발, 양국간 무역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최대 악재로 꼽힌다.  

 

특히 지난 17일~20일 사흘간 방중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중국 지방정부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삼성과 협력을 강화하자”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과제를 걸머진 것으로 평가된다. 양대 강국이 글로벌 기업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선택지를 골라야하는 딜레마적인 상황이다.

 

(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PG제공=연합뉴스]
 

재연되는 '고래싸움'의 와중에서 이 부회장이 새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중국 배터리 및 바이오 투자 여부 등 3가지로 압축된다.

 

■ 美 ‘반도체 자급화’에 순응하는 TSMC의 미국 생산시설 건설은 삼성전자에 부담/시스템반도체 1위 겨냥한 이재용, 미중갈등구조는 큰 부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기업 경영인으로서는 이 부회장이 처음 중국 현장경영에 나섰다.

 

지난 18일 이 부회장은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현재 증설 중인 2공장에서는 3차원 구조로 만든 V-낸드플래시가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 2012년 시안 1기 공장이 가동된 곳에 2기 공장 준공을 위해 2021년까지 7조8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엔 2공장 증설을 위해 80억달러를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시안 2공장에 투자되는 금액만 약 17조8000억원(150억달러)에 달한다.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 부지는 42만평 규모로 이곳에서 일하는 임직원만 3000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삼성이 시안 2공장 증설에 투입될 기술진 200여명을 전세기로 급파한 것도 현재 양산 준비를 끝내고 2단계 투자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월 13만장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시안공장 방문을 마치고 난 후인 18일 오후 후허핑(胡和平) 산시성 위원회 당서기, 류궈중(劉國中) 산시성 성장 등과 면담을 했다. 후허핑 서기는 "우리는 삼성의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보장하며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협력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교류를 심화해 산시성이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허핑 당서기의 ‘삼성의 협력 확대’ 발언은 우선 미중 갈등 속에서 삼성전자의 시안 2공장에 대한 차질 없는 투자를 요청하는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서 추가투자를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더욱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가 미국의 ‘반도체 자급화’ 추진 정책에 호응해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파운드리 생산기지 신설을 결정하면서, 이미 파운드리 오스틴 공장을 가동중인 삼성전자로서는 오스틴 공장 증설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갖게 된 상황이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천명한 이 부회장으로서는 TSMC를 제쳐야 한다. TSMC의 미국 본토 진출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TSMC가 애리조나 생산기지를 통해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물량 수주를 더 늘리게 되면 삼성전자의 추격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분야의 TSMC의 시장점유율은 54.1%까지 올라선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9%에 그쳤다.

 그러나 삼성은 오스틴 공장 인근에 부지를 확보해 신규 투자 여부만 확정하면 첫 삽을 뜨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부회장은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메모리반도체 넘어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추가 투자 절실/삼성SDI “중국공장 추가 투자 진행은 몰라”

 

중국에 대한 배터리 추가 투자 요청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이미 중국 시안과 텐진 등에 사업장을 두고, 현지 공장에서 전지 및 전자재료 등을 제조하고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후 서기의 배터리 사업 협력 확대 요청이 요청이 삼성SDI의 현지 공장 증설로 이어질 가능성은 일단 높지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 내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현황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반도체 시장을 넘어서는 '신성장시장'으로 꼽힌다. 삼성SDI가 추가 투자를 추진해야 한는 상황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패러다임 전환' 목록에도 들어있는 시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의 단독 회동에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술 공유 및 협력사업 확대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등에 따르면 2017년 33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였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연간 25%씩 고속성장해 2025년 1600억달러(182조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025년 1490억달러(약 169조원) 시장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가 메모리반도체보다 110억달러(약 13조원) 정도 큰 시장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난해 초 중국 제약사 3S바이오와 복제약 판권 계약/강대국 갈등 격화되면 선택지 좁아져

 

후 서기가 언급한 바이오 사업 협력에 응할 수 있는 삼성 계열사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지구)에 생산설비를 갖고 있을뿐 중국에는 공장이 없다.

 

다만,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초 중국 제약사 3S바이오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 판권 계약에 관한 파트너십 계약 체결하면서 미국·유럽에 이어 세계 2위 의약품 시장 중국으로 사업 영역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산업 역시 코로나19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성장 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가와의 협력 확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제는 강대국간의 경제 갈등이 격화될수록 그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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