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닫은 아베 정부에 도쿄올림픽 반대여론을 이끄는 지식인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은 3월 말까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악화되는 국내외 여론에도 불구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투입했던 막대한 예산과 인력도 문제였지만 도쿄올림픽을 일본부활의 신호탄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아베 정권은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자 마지못해 취소가 아닌 1년 연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개최연기를 결정하기 전에도 그 후에도 일본 내 언론은 도쿄올림픽 반대여론을 철저히 무시해왔다. 그들의 의견은 절대 미디어에 소개되지 못했고 SNS에서는 매국노와 비국민 취급을 받으며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극소수의 변절자로만 여겨졌다. 그럼에도 많은 지식인들은 지금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도쿄올림픽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울올림픽 여자유도 동메달리스트이자 현 일본올림픽위원회의 야마구치 카오리(山口 香) 이사다.
그녀는 아직 일본정부와 IOC가 도쿄올림픽의 무사개최를 장담하던 3월 초부터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언론취재를 통해 피력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관계자들에게 즉시 눈엣가시가 되어버렸다.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 泰裕) 일본올림픽위원회장은 "내부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라는 입장표명으로 그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지만 야마구치 이사는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기 껄끄러운 분위기가 생겼다"는 추가 인터뷰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했다.
소설 ‘일식(日蝕)’으로 1999년 당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한 작가 히라노 케이치로(平野 啓一郎) 역시 도쿄올림픽을 반대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내년 여름으로 설정한 개최기한에 맞추기 위해서는 (모두가) 괴로워진다. 중지하는 것이 맞다’는 그의 SNS에는 찬성의견보다는 ‘무책임’, ‘입 다물어라’, ‘반일(反日)’같은 우익 네티즌들의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내년에 들어선 후에 결국 개최가 취소될 위험성을 언급하며 "그러한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야 말로 무책임이다. 이상한 점은 개최 당일까지라도 계속 언급해야 한다"는 글로 자신을 향한 비난여론에 맞섰다.
고베대학(神戸大學)의 사회학자 오가사와라 히로키(小笠原 博毅) 교수는 "늘어나는 개최경비나 유치결정을 둘러싼 뇌물의혹과 같은 올림픽의 문제점을 대형 미디어들이 충분히 보도하지 않아 동조하는 말들만이 사회에 가득하다"며 좀 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4년 전에 ‘反도쿄올림픽 선언’이라는 책을 출판하며 일찌감치 도쿄올림픽 반대파의 선두에 서서 각종 강연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금도 익명의 협박과 살해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反도쿄올림픽에는 개인뿐 아니라 시민단체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쿄올림픽 재해반대 모임(オリンピック災害おことわり連絡会)’과 ‘反도쿄올림픽 모임(反五輪の会)’은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한 이틀 뒤인 3월 26일 도쿄 신주쿠에 모여 도쿄도청까지 데모행진을 이어갔다.
이 날 ‘연기 말고 중지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70여명의 참가자 옆을 수 십 명의 경찰이 일반 시민과의 충돌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둘러싸고 있었지만 이들은 시종일관 시민단체의 행동을 캠코더와 메모로 기록하기 바빴다.
애써 이들의 존재를 덮어가며 도쿄올림픽의 개최를 밀어붙인 아베 정부로서는 이번 달 15일 IOC가 개최연기에 수반되는 추가비용 중 8억 달러만을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기습선언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지금까지 도쿄올림픽 준비에만 126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개최연기로 최소 3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IOC의 일방적인 발표로 당혹감과 분노에 휩싸인 일본 정부에게 국민의 반대여론 확산은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