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롯데 자이언츠의 '반란' 이끈 성민규 단장의 ‘직업 철학’

임은빈 입력 : 2020.05.12 18:42 ㅣ 수정 : 2020.05.15 10:32

미국 유학파 출신 '최연소 단장' 성민규 영입 이후 팀 분위기 180도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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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K방역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은 K스포츠를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2020 프로야구’ 시즌은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며 KBO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 시즌 초반 최대의 화두는 작년 꼴찌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5연승 기록이다.

 

지난 2019시즌 144경기 48승 93패 3무, 승률 0.340을 기록하며 많은 롯데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롯데 선수들이 올해는 KT와의 수원 원정 개막 3연승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SK와이번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2연승을 기록하며 5연승을 달리고 있다.

 

롯데의 개막 5연승은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롯데의 '반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반란을 가능케한 힘은 무엇일까. 지난해 부끄러운 경기력 속에 꼴찌 수모를 당했던 롯데는 성민규 단장·허문회 감독 체제로 바뀐 뒤 환골탈태했다. 특히 성민규 단장의 '직업 철학'이 눈길을 끈다.

 

'선수'보다 '지도자'의 길을 선택/37세에 프로야구 '최연소 단장'으로 등극

 

그는 '선수'보다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올해 38세인 성민규 단장은 대구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 입학했다가 1년 만에 자퇴한 후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에 입학해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7년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전체 32순위로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했지만 1년 선수 생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컵스 산하의 마이너리그팀에 있다가 만 26세의 나이로 은퇴하고 싱글A 코치로 보직을 바꾸는 이례적인 선택을 한다.

 

그는 그곳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보스턴을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시킨 ‘테오 엡스타인’ 단장을 만나며 구단 운영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 성 단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MBC SPORTS+에서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을 역임하다가 2019년 9월 37세의 나이로 프로야구 최연소 단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롯데 자이언츠 단장으로 임명됐다.

 

성 단장은 취임 직후 ‘프로세스(Process)’를 중요시하며 팀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먼저, 롯데 자이언츠 새 감독으로 허문회 감독을 영입했고 KBO의 간판 2루수이자 국가대표 2루수 기아타이거즈 안치홍을 KBO 역사상 FA 선수 첫 옵트아웃 계약을 제시 4년 최대 56억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2루수 자리를 채웠다.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통산 44승을 기록하며 최고 용병으로 평가받고 있는 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의 동료이자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6승을 기록한 ‘아드리안 샘슨’,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유격수 출신 ‘딕슨 마차도’를 영입하며 부족했던 선발진과 유격수 자리도 전력을 보강했다.

 

가능성에 도전하고 실패를 격려/성 단장의 '성숙한 직업 철학'이 롯데자이언츠의 반란을 설명

 

성 단장은 12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레이드는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떤 트레이드든 시도한 사람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저는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이기기 위해 시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5연승을 했지만, 5연패를 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방망이가 맞지 않을 때 투수가 무너졌을 때 현장이 요청하면 준비하고 있던 걸 내줄 수 있게 하는 게 프런트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는 프로야구 지도자로서의 두 가지 직업 철학이 담겨있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 게 최악이라는 인식이다. 동시에 실패한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겠다는 다짐도 느껴진다. 한마디로 당장의 결과보다는 도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프런트 스타일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유명하다. 최동원을 비롯해 역대 프랜차이즈 스타를 매몰차게 내보내면서 많은 팬들을 떠나버리게 한 이유도 강압적인 프런트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로야구 최연소 단장이라는 타이틀과는 다소 괴리되는 성 단장의 '성숙한 직업 철학'이 롯데 자이언츠의 변신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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