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인도 가스 유출' LG화학, 35년 전 유니언카바이드와 '다른 결말' 맺을까

이원갑 입력 : 2020.05.11 17:06 ㅣ 수정 : 2020.05.11 19:57

수십만명 사상자 낸 유니언카바이드는 소극 배상 / LG화학은 여론 중시하며 적극적인 보상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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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인도현지공장에서 유독가스 누출사고를 낸  LG화학이 36년 전 역시 인도에서 유사한 사고를 일으켰던 미국 화학사 유니언카바이드와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유니언카바이드의 경우 직간접으로 1만 600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형참사였다. 이에 비해 LG화학 인도 현지 공장 사고로 인해 12명의 사망자와 800명의 입원 환자가 발생했다.

 
유니언카바이드는 대형 참사를  일으켜놓고도 손해배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장기간 법정 공방을 벌였다. 반면에 LG화학은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인 사고 수습을 위해 최고경영자(CEO)인 신학철 부회장이 진두지휘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 소재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가스 누출 사고로 입원한 어린이들 모습. LG화학은 이들 피해자에게 모든 지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EPA]
 
■  36년 전 50여만명의 사상자 낳은 '보팔참사'와 유사, 대응은 전혀 달라
 
지난 7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州) 비시카파트남 소재 LG화학 공장에서 폴리스티렌(PS) 수지 등에 쓰이는 스타이렌이 유출됐다. 공장 반경 5킬로미터 내 민가에는 대피령이 내려져 1만여명의 주민이 몸을 피했다. 현지 법인 LG폴리머스인디아는 “유증기 누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공장의 가스 누출은 통제된 상태”라고 9일 밝혔다.
  
사건 발생 이튿날 인도 경찰은 LG폴리머스의 경영진을 독성물질 관리 소홀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전면적인 수사 후 기소 가능성도 내비쳤다. 인도환경재판소는 유출사고 조사를 위한 5인 진상조사위원회를 편성했고 지난 9일에는 LG폴리머스에 5억 루피(한화 약 81억원) 규모의 공탁 명령을 내렸다. 인도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언론의 관심도 높다.
 
이는 36년전 '보팔 참사'의 트라우마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LG화학 사고의 피해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지난 1984년 12월에 인도 마디아프라데시 주 보팔에서 발생한 참사와 피해 발생 과정이 유사하다. 액체 형태로 탱크에 보관됐던 농약 재료 아이소사이안화 메틸(MIC) 가스가 민가를 덮쳐 직접적으로 3787명, 후유증으로는 1만 6000여명이 사망했고, 50여만명이 부상을 당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힌다. 
 
이번 LG화학 건과 마찬가지로 탱크 안의 액체 화학물질이 기체 형태로 탱크 바깥에 유출돼 널리 확산된 사례다. LG화학은 반응열 때문에 발생한 유증기가, 유니언카바이드는 산화 반응을 일으킨 게 문제가 됐다. 또 유출을 감지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었는데도 이 장비가 고장 또는 기능상 한계로 인해 쓸모가 없었던 점도 유사하다.
 
■  보팔참사 장본인 유니언카바이드는 5년간 인도정부와 법정공방/LG화학은 적극적 보상 및 사후대책 강조
 
당시 사고를 낸 미국계 화학 회사 유니언카바이드 사는 사고 후 5년간 인도 정부와 법정 공방을 벌였고 1989년 대법원이 유니언카바이드 측에 4억 7000만달러(당시 한화 약 2820억원)의 배상 책임을 물렸다. 여기에 피해 주민 1명에게 돌아간 지원금은 한화로 약 40만원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일단 35년 전 유니언카바이드와 달리 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 직후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포함한 사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별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일 LG폴리머스인디아 명의로 낸 공식 입장에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향후 사고 원인조사, 재발방지대책 및 치료 등 제반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최우선적으로 유가족 및 피해자분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정서관리 등의 다양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으며, 향후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중장기 지원사업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스유출사고에 대한 인도 현지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명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LG화학이 이번 가스유출 사고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도정부와 여론의 긍정적 평가를 얻게 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도라는 거대 시장에서 어떤 기업으로 평가받느냐는 향후 한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LG화학의 초기대응은 적절해보이지만 향후 보상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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