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 (12)] 프리미엄 홈매니징 ‘청소연구소’, 전업 매니저는 월 300만원 수입 올려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5.08 10:24 ㅣ 수정 : 2020.05.11 18:21
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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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A씨의 가장 큰 숙제는 집안청소였다. 주말에 몰아서 청소를 했지만, 욕실, 베란다처럼 손이 덜 가는 곳에는 먼지가 쌓여갔다.
하지만 어린 아이도 있어 청소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고민하던 A씨는 마침 지인에게 홈 클리닝 플랫폼 청소연구소를 추천받았다.
청소연구소는 홈 매니저들과 고객을 매칭하여 가정집 청소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집 견적을 내보니 4시간30분에 59,400원 정도의 비용이 나왔다. 이 정도면 부담스럽지 않다는 판단에 1회 서비스를 신청했다. 매니저의 얼굴, 이름, 등 신상정보까지 전달돼 믿음이 갔다.
서비스를 맡긴 당일, 가족들과 나들이를 다녀왔다. 불안함 반, 기대 반으로 집에 돌아온 A씨는 크게 만족했다. 하수구까지 깨끗하게 청소된 화장실과 싱크대, 가지런히 정돈된 생활용품까지... A씨는 해당 홈 매니저를 지정해 정기 서비스를 예약했다,
청소연구소는 카카오 출신 연현주 대표가 2017년 론칭한 서비스다. 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를 정보기술(IT) 플랫폼으로 옮겨 고객과 청소 매니저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검색, 예약, 관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원래 카카오 내부에서 만들다가 이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홈클린TF를 이끌던 연 대표는 2016년 말 함께 일하던 동료 5명과 독립해서 회사를 차렸다. 현재 2만 명 이상의 홈 매니저가 청소연구소에 소속돼 활동 중이다.
서비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청소연구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회원가입을 한다. 1회 서비스와 정기 서비스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 주소지와 평수를 입력해서 견적을 내본다. 이후 원하는 날짜에 서비스를 신청하고 조건이 맞는 홈 매니저와 매칭되어 청소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연현주 대표 자신도 세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청소연구소는 고객으로서의 경험과 IT 업계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 합쳐진 결과물인 것이다.
■꼼꼼한 고용절차, 근무환경 개선에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 전업으로 월 300만원 수입 올리기도
청소연구소는 서울, 인천, 일산, 김포, 남양주, 하남, 용인, 수원, 성남, 의정부, 과천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홈 매니저는 청소연구소에 소속된 플랫폼 노동자다.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활동반경, 서비스를 제공할 집 평수, 일할 시간과 맞는 고객과 매칭 되어 홈 매니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소연구소는 내실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홈 매니저 관리에 특히 힘쓰고 있다.
우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인력을 선발하고, 홈 매니저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에 많이 투자한다. 청소 노동자가 과거의 단순한 파출부가 아닌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인식개선 노력도 하고 있다.
기존 청소 시장은 인력소개소에서 알음알음 정해진 절차 없이 이름과 전화번호만 보고 채용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청소연구소는 등록부터 까다롭다. 홈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확실한 신분검사를 거친다. 외국인, 중국동포의 경우 적법하게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있는지, 신분증이 확실한지 꼼꼼하게 검사한다. 두 번째로 대면면접을 거치고, 두 과정을 모두 통과한 홈 매니저들은 현장에 투입되기 전 업무 순서와 방법 등 청소 교육을 받는다.
코로나 이후에는 마무리 할 때 살균소독제로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손잡이, 냄비 손잡이, 싱크대 등을 다 소독하게 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였다.
또 모든 홈 매니저는 현대해상 보험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업무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집안의 물품 파손 등의 사고에 대해서도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청소연구소는 평균 80% 이상의 재이용률을 기록하며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고 있다.
홈 매니저의 수익은 서비스가 무사히 종료된 것이 확인된 뒤, 고객이 해당 의뢰에 결제한 금액에서 플랫폼 수수료를 제하고 일일 정산된다.
시급이 높은 편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시간당 1만1000원~1만3000원 정도다. 풀타임으로 하는 홈 매니저의 경우 월 300만원의 수익을 얻기도 한다.
월 130시간 이상 일한 경우 10만원의 성과금이 있고, 더 많이 일하면 별도의 보너스도 지원한다.
부업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플랫폼 노동 특성 상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만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소 서비스는 예전에 대표적인 힘든 일로 꼽혔다. 하지만 꾸준한 인식 개선 노력의 결과, 청소연구소에서는 교장 출신인 홈 매니저도 있을 뿐 아니라, 사돈, 며느리가 권해 함께 일하는 경우도 있다.
■ 청소 외에도 베이비시터·어르신 돌봄까지 서비스 확장 목표
스스로도 워킹맘인 연 대표는 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워킹맘에게는 가사 노동 부담을 덜어주고, 일자리가 필요한 여성에게는 시간 제약을 덜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는 사업을 누군가는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데는 IT업계에서 꾸준히 일한 경험도 큰 힘이 됐다. 연 대표는 워킹맘 후배들에게도 앞으로 계속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면 주변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경력단절은 반드시 피하라고 조언한다.
연 대표는 “홈 매니저가 편리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그분들이 잘하고, 문제없이 만족하셔야지 매니저들도 고객들도 만족할 거라고 믿고 있다. 복리후생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 대표는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한정되어 있는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 홈 매니저를 7만명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청소 외에도 베이비시터, 반려동물 시터, 어르신 돌봄 등 여러 가사 활동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한다. 회사명이 청소연구소가 아닌 생활연구소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