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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1)

방위력개선비 1조원 삭감, 국내 방산업체 피해 방지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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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5.06 09:07 ㅣ 수정 : 2020.05.06 10:09

해외도입 사업 지장 없지만 국내 사업 영향 미쳐 방산업체 가동 저하 우려 고조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TF 단장)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계층부터 긴급재난지원금 현금 지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줄 긴급재난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방예산 1조 5000억원을 삭감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이 가운데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 인하와 공무원 연가보상비 반납 등으로 마련된 예산을 제외하면 방위력개선비가 1조원 가까이 차지한다.

 

국방부, "해외도입 사업 위주 삭감, 전력화 일정에 지장 없어"

 

여기에는 F-35A 스텔스전투기(3000억원), 해상작전헬기(2000억원), 이지스구축함(1000억원), 정찰위성(169억원)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할 핵심 전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해외도입 사업 위주로 삭감했고, 무기 전력화 일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즉 1조원 정도가 삭감돼도 군사력 건설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40조원이던 국방예산은 지난해 국방부가 50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2년여 만에 10조원이 증가했다. 군사력 건설에 투입되는 방위력개선비가 대폭 증액됐기 때문인데, 2020년 방위력개선비는 2019년 대비 8.6% 증가한 16조 6915억원으로 국방예산의 33%를 차지했다.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힘을 통한 평화는 군의 사명’이라고 천명한 후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더 많이 방위력개선비를 증액함으로써 그의 말을 현실로 증명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면서 증액된 예산의 일부를 삭감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국방부는 이를 발표하면서 전력화 일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언급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삭감에 따른 문제 나타날 가능성 농후

 

이와 관련, 전력기획 분야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해외도입 사업은 통상 다년 계약을 맺기 때문에 매년 지급하는 금액(연부액)을 조정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금년에 8000억을 지급해야 하는데 5000억만 주고 내년에 지급할 금액에 3000억을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지급 연기에 따른 이자를 요구하므로 이에 대한 금융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개발 사업도 대부분 계약보다 개발이 늦어지는 경우가 빈번해 사업추진 일정 조정으로 삭감할 예산을 염출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 전문가들은 “해외도입이던 국내개발이던 실제 문제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면서 “기획재정부가 통상 금년도 삭감된 기준에서 국방예산 편성을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금년도 16조 6915억원이던 방위력개선비는 1조가 삭감되면 15조 6915억원에서 내년도 예산 편성이 시작된다. 원래는 16조 6915억원에 내년도 물가 인상 등 증가분을 반영하고 금년에 삭감된 1조원도 추가로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악화로 기존 수준도 유지하기 어려운 내년에 금년도 삭감 분까지 고려한 예산 반영은 대단히 어렵다.

 

예산 삭감의 피해 국내 방산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게다가 금년에 삭감된 유류비나 연가보상비 등은 내년도 예산 반영과 무관하지만, 삭감된 방위력개선비는 내년에 반영되지 않으면 당장은 드러나지 않아도 군사력 건설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서서히 문제를 야기한다. 해외도입 사업은 체결된 계약대로 지급하게 되니 결국 삭감된 예산의 피해는 국내 사업에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의 착수가 연기되거나 기존 사업의 물량이 감소되는 등 국내 방산업체의 가동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나타난다. 따라서 해외도입 사업의 전력화 일정에는 지장을 주지 않아도, “방위력개선비 삭감의 여파가 국내 방위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위산업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가 나타날 것을 알면서도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국방부가 마치 문제가 없는 양 말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방위력개선비는 지금까지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금단의 영역이었는데 이번에 전례가 만들어져 향후 정부가 필요하면 삭감할 수 있는 예산으로 전락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에 국방부가 적극 동참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하지만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방위력개선비는 건드리지 말아야 했으며, 방위력개선비 삭감이 불가피했다면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국내 방산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세심하게 살펴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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