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즈월’ 완화, 금융투자업(業) 원스톱 서비스 주축되나
M&A 등 다양한 거래를 한 부서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어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법률적으론 정보교류 차단 의무를 규정하지만, 세부사항은 금융회사가 내부 기준을 마련하는 ‘차이니즈월(Chinese wall)’ 완화 방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업(業) 간의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다양한 상품 거래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회사는 인수합병(M&A)이나 이와 관련한 파생상품 거래를 원스톱으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의미하는 차이니즈월은 기업 내 내부거래를 통한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제도로, 2009년 금융투자회사에서 자문업무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부정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을 차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정보교류 차단장치인 차이니즈월을 완화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차이니즈월이 시행됨에 따라 금융회사 내에서 △고유자산운용 △기업금융 △투자매매·중개 △집합투자 △신탁업 등 5개 분야는 서로 정보 교류를 할 수 없었다. 또한 이들 5개 분야 간의 정보교류는 물론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었으며 사무공간이나 전산설비 등을 같이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이니즈월이 금융회사의 규모나 업무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금융투자회사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이어져 왔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업체마다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대면 상품이 증가하는 등, 차이니즈 월이 지닌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도가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고,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데 현장과 법률 간의 괴리가 커 규제가 완화된 것”이라며, “전산의 인위적인 분리가 내부자 정보의 거래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해외보다 규제가 과도해 오히려 내부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규제 완화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 “차이니즈월이 시행되는 동안 명확한 규제가 없다 보니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아 약 3000개의 규제가 존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개정은 법률적으론 정보교류 차단 의무를 규정하지만, 세부사항은 금융회사가 내부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투자자의 업무위탁 범위를 확대하고 재위탁의 경우에는 위탁자의 동의를 전제로 허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즉, 차이니즈월이 사무공간 차단벽 설치와 같은 형식적인 규제에서 탈피해 의무적으로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과거 금융투자업계가 차이니즈월을 두고 ‘명확한 근거가 없는 규제 완화는 무의미하다’라는 견해를 밝힌 것을 감안, 과징금 부과와 같은 사후제재를 강화해 차이니즈월 규제의 실효성과 자율성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는 사후제재를 강화해 차이니즈월 규제의 실효성과 자율성을 높이도록 한 만큼, 금융투자업자나 임직원이 정보교류 차단의 대상이 되는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한 경우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1.5배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를 신설했다.
금융당국은 ‘업(業) 단위’ 규제를 ‘정보 단위’ 규제로 전환, 정보교류 차단을 위한 필수적인 원칙만 정하고, 세부사항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설계 및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공개 중요정보를 제외하고는 업(業) 간의 정보교류를 통해,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 도입이 가능해졌다. 또한 필요할 때 직원의 파견업무나, 겸직이 허용됨에 따라 다양한 금융투자업무를 하나의 부서에서 처리해 통합 및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금융투자업계는 투자자에게 좀 더 신속하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증권사의 정보와 업무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고객들은 인수합병이나 이와 관련된 파생상품 거래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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