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이노베이션의 9000억 투자에 담긴 최태원 회장의 2가지 승부수

이원갑 입력 : 2020.05.02 07:34 ㅣ 수정 : 2020.05.02 07:34

LG화학과의 소송전 및 코로나19 침체기 와중에 대규모 추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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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SK이노베이션이 향후 3년 8개월에 걸쳐 미국 조지아주 제2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 건립을 위해 8944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경쟁사인 LG화학과의 소송전이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산업계의 충격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2가지 승부수가 담겨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주 배터리 제1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LG화학과의 소송전 의식하며 트럼프의 '일자리 갈증'에 베팅?
 
우선 미국내 소송전에서 유리한 국민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갈증'에 베팅한 것이라는 분석이 다.  
 
지난 28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 법인 ‘SK 배터리 아메리카’의 주식 7270주를 7억 2700만 달러를 오는 2023년 12월까지 분할출자해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7억 27000만 달러가 신규투자액인 8944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산 총액의 2.2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조지아 제1,2공장을 비롯해 투자하는 금액은 3조원 규모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50억 달러(60조원)까지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SK하이닉스 지사 방문 당시 “최근 3년간 미국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라며 “SK는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24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라고 밝혔던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들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이 이미 5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최 회장의 대미투자 행보는 적극적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LG화학과의 소송전에서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인력과 기술을 빼돌린 부분이 소송의 발단이 됐다. 지난 2월에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판결이 내려졌고 이달에는 SK이노베이션 측의 재검토 요청이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ITC의 판례 상 소송 당사자들이 합의를 하지 않는 이상 패소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양사가 합의에 실패해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실시된다면 ITC의 조치에 따라 밸류체인 상 한국에서 조달되는 제품을 미국 공장으로 수입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SK의 대미투자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그 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유치 정책에게도 돌아간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공장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고,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추가 투자 결정도 이 같은 구도를 의식했다는 이야기이다.
 
코로나19이후 V자 반등을 겨냥한 '선제적 투자' 전략/김준 대표, "어려울수록 딥체인지를 위한 미래투자 해야"
 
최 회장이 코로나19이후의 경기반등을 겨냥해 '선제적 투자'라는 경영전략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유력하다. 이번 투자가 오히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정체와 여기서 파생된 국제유가 폭락을 돌파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지금은 위축돼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V자 반등’을 할 것임을 확신하고 공격적 경영 전략을 굳히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말 배터리 부문의 매출액은 6903억원으로 2018년 대비 98.23% 늘었고 2017년 대비 374%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 집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도 2017년 119만 7986대, 2018년 198만 759대, 2019년 222만 3700대 순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 1월에는 56.4%, 2월에는 74.5% 급감하면서 1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위축됐다. 다만 종전까지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렸던 유럽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추세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28일 “어려울 때 일수록 딥체인지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정공법”이라며 “이번 투자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전기차 산업의 벨류체인과 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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