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두산중공업에 올인하는 '박정원 구상'은 뭔가

이원갑 입력 : 2020.04.30 07:16 ㅣ 수정 : 2020.05.01 11:34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신사업 비전이 양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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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부도 위기에 몰린 '두산중공업 구출작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이번 달까지 갚아야 하는 외화사채 5억 달러를 비롯해 올해까지 만기가 도래한 단기 채무가 4조원을 넘는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이에 사업기반 약화에도 수주 실적이 현상을 유지하는 두산중공업의 생존에 '올인'하기 위해 신사업 계열사의 희생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부활과 발전을 추진하려는 '박정원 구상'에 재계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화답했다. 두산그룹은 신사업에 관여하는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매각, 토지 등 자산 처분, 박정원 회장 개인 및 지주사 차원에서 참여하는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등의 재무개선안을 지난 13일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은 이 같은 재무개선안을 수용키로 하고 8000억원 규모의 추가 수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의 서울 중구 소재 사옥 두산타워 모습 [사진제공=두산]

 

■  채권단, 박정원 회장의 적극적 자구안 마련에 긍정 반응
 
채권단이 지난 한 달 사이 두산에 빌려준 돈은 1조 5860억원이다. 지난달 30일부터 6개월간 산업은행이 5000억원, 수출입은행이 5000억원을 각각 대출을 집행하고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 지분과 서울 중구 사옥을 담보로 삼았다. 이후 지난 22일 만기를 1주일 앞둔 외화사채 5억 달러를 수출입은행이 대신 갚아주면서 한화 5860억원의 원화 대출로 바꿔 줬다.
 
두산중공업의 ‘발등의 불’은 또 하나 있다. 오는 5월 4일까지 갚아야 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 5000억원으로 지난 2017년 5월에 발행해 끌어모은 투자금이지만 투자자들이 채권에 걸려 있던 풋옵션(매도 권한)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4849억원의 현금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6600억원의 73.47%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이 채권의 상환은 유력한 상황으로 채권단이 지난 27일 검토하기로 한 추가 공적자금이 여기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렇듯 두산그룹의 위기 앞에 채권단의 반응이 일단 호의적인 이유는 박정원 회장이 자구책에 직접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첫 공적자금 1조원 투입이 결정된 지난달 27일 “두산중공업은 신속하게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자구노력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실행할 계획”이라며 “채권단은 본건 지원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한편, 향후 두산그룹의 정상화 작업을 차질없이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달 27일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서는 “동 자구안은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계열주 및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이 포함되어 있다”라며 “채권단이 그동안 견지해 온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하고, 자구안의 차질 없는 이행이 전제된다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하며 추가 지원 검토 의사를 밝혔다.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나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과 같은 나머지 빚에 대해서는 시간을 벌게 된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기업평가1실장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은행차입금의 경우 보유 자산의 담보제공 등을 통해 원활한 만기연장이 예상”된다며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차입금은 보유 유동성과 기 확보하고 있는 여신한도를 감안할 때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  지난해 수주잔고 및 신규수주는 2018년 수준 회복 / 해외원전 및 건설 수주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재기 시도? 
 
박정원 회장이 신사업을 희생하면서까지 두산중공업에 집중하려는 이유는 수주형 기업으로서 가지는 안정성에 있다. 두산중공업의 2019년 연간 신규 수주 실적은 4조 1859억원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해 3분기 당시 회사가 자체 추산했던 7조 9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18년 4조 6441억원의 90%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시점 수주잔고는 14조 2036억원,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를 더하면 22조 460억원으로 공시됐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탈원전·저탄소 정책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설비 수주를 주력으로 하는 두산중공업의 수주 기반은 장기적으로 약화돼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일단 지난해 신규 수주 실적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해외 원전 수주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의 강점 중의 하나인 해외 수주도 공략포인트이다. 
 
이 같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경우 두산중공업이 그룹의 생존과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박 회장의 판단인 것으로 풀인된다. 
 
■  발전용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설비도 박 회장의 핵심 구상
 
신사업에 대한 비전도 박 회장 구상의 한 축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용 가스터빈과 풍력 발전 시장에서의 신사업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해 9월 19일 두산중공업은 경상남도 창원 본사에서 처음으로 국산화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제작 현장을 공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발전용 터빈을 자체 생산하는 5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지난 2013년부터 연구를 추진한 이 사업에 두산중공업은 1조원 가량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7월에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에 풍력발전기를 공급했고 9월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수력발전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로 했고 10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원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 사업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가스터빈 사업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만큼 그 노력에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단계마다 만전을 기해달라”라며 “ESS(전력 저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유동성 위기가 지나간 이후의 계획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를 얘기한다든지 장기 전략을 얘기한다는지 그럴 사안은 아닌 것 같다”라며 “일단은 지금은 여러 가지 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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