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 (62)] 감동적인 미스터트롯 나태주의 태권무, 군 시절의 열정 떠올리게 해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4.28 11:31 ㅣ 수정 : 2020.06.23 10:06

선봉중대는 전중대원이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달려온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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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민이 힘겨워 할 때, TV에서의 ‘미스터트롯 경연’은 큰 위로가 되었다. 그중 ‘세계 태권도 자유품세 1위’인 나태주는 경연 1대1 매치에서 태권무와 공중돌기 격파 등을 선보이며 ‘너는 내남자’라는 노래를 불러 찬사를 받았고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필자의 중대장 근무 시절에도 태권도와 태권군무가 부대 활동과 평가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상급부대에서는 태권군무 사열과 측정 등을 통해 활성화된 부대를 운용하도록 유도했다. 중대장 근무 30개월 중 한 때는 전중대원이 태권도 유단자가 되기도 했지만 태권도 경험이 없는 전입 신병의 계속적인 보충으로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나태주가 ‘너는 내 남자’로 태권무를 하는 모습과 최전방 군인들이 동계 체력단련 뜀걸음 하는 그림 [사진자료=동영상캡쳐/김희철]
 
군인 가족들까지 혼연일체가 된 완전군장 10km 뜀걸음 평가

연대전투단(RCT) 훈련이 11월에 성공적으로 끝나자 동계작전 준비로 바쁘게 몰두했는데 상급부대인 사단에서는 예하부대에 마음의 여유를 주지 않고 바로 태권·군무 사열계획을 추가로 하달했다.

사단의 태권·군무 사열 준비로 병력들이 연병장에서 함성을 지르며 단체로 품세연습을 하는 와중에 군단에서는 부대별 위관반 측정이 시작되어 군의관을 포함한 대대의 전 위관장교는 개인화기 사격과 10km완전군장 뜀걸음도 평가를 받았다.

대대를 평가하는 측정이기에 선임 중대장을 맡은 필자는 사격장과 뜀걸음 코스에서  간부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계속 앞장서서 연습을 유도해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군의관이었다. 매번 의무차량을 타고 환자들을 치료하여 체력과 연습량 부족으로 낙오가 분명해 보였다.

측정 당일 대대의 위관장교들이 10km완전군장 뜀걸음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군의관의 얼굴이 사색이었다. 마침 군단 측정관으로 특공연대에 근무하는 동기생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간부가 1시간안에 모두 들어와야 합격하는데 걱정이었다. 

드디어 측정관의 출발 호각이 울리고 보조를 맞춰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5km즈음 뛰었을 때 군의관은 낙오 직전이었다. 할 수없이 군장을 대신 메고 뒤에서 밀고 앞에서 당기며 함께 뛰었다. 측정관으로 나온 동기생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시간안에만 모두 들어오라고 당부하였다.

목표를 1km남기는 지점까지 겨우 도달하여 마지막 힘을 내고 있었으나 필자도 군장을 두개를 메고 뛰다보니 낙오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 장소에 대대 간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는 가족들도 같이 뛰면서 “파이팅, 하나, 둘…”구령을 붙였다. 그중 군의관 아내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낙오 직전까지의 상태였던 간부들은 가족들도 같이 뛰자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뛰어 간신히 목표시간에 모두 통과하였다.

골인점 통과 후 지쳐 쓰러진 간부들은 함께한 가족들이 전해주는 시원한 얼음물로 흘린 땀과 가쁜 호흡 그리고 뭉친 다리근육의 고통을 날려보낼 수 있었다. 또한 가족들과 혼연일체가 된 위관장교들의 10km완전군장 뜀걸음은 참가한 간부 부부의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약속하는 사랑의 징표가 되었다.
 
▲ 태권도 품세 및 태권무 시범을 보이는 국군장병 [사진자료=국방부]

 

태권도 중심의 ‘태양분대 선발’ 시스템으로 성공적인 사단장 태권군무 사열해 

고통스러웠지만 사랑의 징표와 감동의 추억을 남긴 10km완전군장 뜀걸음 측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대 태권군무 측정대회가 열렸다. 우리 중대는 ‘전원 태권도 유단자화’ 목표로 그동안 추진해왔기 때문에 타 중대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어 사단장 태권군무 사열에서도 우리 중대가 대대를 책임지고 준비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모두는 중대의 ‘태양분대 선발’ 시스템으로 지속적으로 분대장 중심으로 태권도 수준 등을 평가하며 단련해온 결과였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대대장의 호출이 있어 대대장실로 집합했다. 대대장은 방금 사단의 우수대대 선발심의에서 우리 대대가 선봉 또는 ATT우수대대로 선정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고생했다고 격려의 차를 마시며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중대와 대대 전술훈련평가(ATT), 연대전투단(RCT) 훈련평가를 통해 개인 훈련부터 전술훈련까지 숙달되고 사단장 태권군무 사열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은 부대원들은 지금 전쟁이 발발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전의가 불타오르며 자신감이 샘솟는 순간이었다.
 
▲ 1985년 12월, 연말성과분석회의에서 선봉·RCT·태권도·군무 우수 등 8개의 중대표창과 ‘선봉중대기’를 받고 고드름 달린 중대 행정반 앞에서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자료=김희철]

 

중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선봉·RCT·태권도·군무 우수 등 8개 분야에서 우수중대 수상

그해 12월 말, 연대에서도 연말 성과분석회의가 열려 한해를 평가하고 다음해 비약을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등병부터 중대장까지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일년을 달려온 결과, 보람은 있었지만  최전방 연대의 특성상 전방 경계를 담당한 GOP부대에게 선봉중대가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참석했다.

그런데 연대 선봉중대를 2개 선정하는 유사이래 첫 사례가 나왔다. 연대 참모들이 평가한 결과 GOP부대가 아닌 예비부대인 필자 중대가 우수하다고 나오자 GOP선봉과 예비부대 선봉으로 우수부대를 추가로 선발했다.

게다가 우리 중대는 전 부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선봉·RCT·태권도·군무 우수 등 8개 분야의 우수중대 표창을 받게 되었다. 더불어 중대원의 반이나 되는 63명 분량의 포상휴가증과 벽시계·트로피들도 부상으로 받았다.

부대 주둔지로 복귀했을 때, 중대원들의 환영은 너무도 뜨거웠고 높아지는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전술훈련평가(ATT), 연대전투단(RCT) 훈련 뿐만 아니라 사단장 태권군무 사열, 개인화기 사격과 10km완전군장 뜀걸음 측정 등에서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마지막까지 잘해준 중대원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적근산 골짜기의 엄동설한속에서도 축하의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중대 행정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뜨거운 기운이 넘쳐났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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