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기아차 1분기 장사잘했다, '실적쇼크'는 '통상임금 환입'이 사라져 만든 착시현상

이원갑 입력 : 2020.04.26 03:09 ㅣ 수정 : 2020.04.26 03:09

지난 해 1분기 영업이익엔 통상임금 환입 2820억원 포함/올 1분기 실제 영업이익은 1330억원 증가/코로나19 충격은 2분기에 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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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기아자동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새 25% 이상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실적 쇼크'가 벌써 반영됐다는 언론보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아차가 올 1분기에는 장사를 잘했다는 게 정확한 사실이다. 지난해 1분기에 1회성 영업이익으로 잡혔던 ‘통상임금 환입금’이 올 1분기에 없어짐에 따라 영업이익이 급락한 것 같은 착시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발생했던 통상임금 환입금의 기저효과가 올 1분기 실적을 악화시킨 셈이다. 코로나19의 충격파가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아차 측은 이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대신 믹스 개선 및 신차 효과를 받아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증가했음을 강조했다.
 
기아자동차 2020년 1분기 손익계산서 [표=기아자동차]

 

■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통상임금 환입금 2820억원 빼면 3120억원 /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2.3% 증가한 4445억원
 
기아차 측은 지난 24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전년 1분기 1회성 요인이었던 통상임금 환입 약 2800억원을 제거한 후 요인별로 증감을 살펴보면 (판매)대수 증가 효과로 980억원, RV위주의 믹스 개선과 인센티브 감소 노력으로 510억원이 증가했다”라며 “전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강력한 신차 효과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기아차의 1분기 매출액은 14조 56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1% 늘었고 영업이익은 25.2% 감소한 444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법인의 실적 부진과 원화 약세에 따른 달러 부채의 증가분 등이 추가 반영되는 당기순이익은 59% 줄어든 266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달리 서구권 시장의 경우 4월 들어서야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오히려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기아차는 여기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에서 판매량 증가분과 판촉비 절감에 환차익까지 더해 2460억원의 추가 이익을 냈다.
 
하지만 1130억원에 달하는 보증비 지출분과 2820억원의 통상임금 환입금 제외분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기아차의 1분기 영업이익 5940억원에서 통상임금 환입금을 빼면 3120억원이다. 이를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실제 영업을 통한 이익은 1330억원(42.3%)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94.4%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만들었던 일회성 요소가 올해에 사라짐으로써 영업실적 개선을 퇴색시킨 셈이다. 
 
■  지난해 통상임금 산입금 4261억원 중 2820억원이 영업이익으로 기재돼 / 미국과 유럽시장의 코로나 쇼크는 2분기 변수
 
통상임금 환입금은 종전까지 예정돼 있던 인건비 지출이 일부 취소되면서 해당 금액이 회계장부상 ‘이익’으로 계산된 경우다. 기아차 노동조합이 사측에 제기한 통상임금 확대 소송에서 사측은 지난해 2심까지 모두 패소해 9777억원의 추가 인건비 지출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후 노조가 합의에 응해 약 4261억원을 깎아 주고 소송은 없던 일로 했다. 노조가 깍아준 4261억원은 영업이익과 영업외이익으로 나눠져 산입된 게 기아차의 지난해 1분기 실적이다. 4261억원 중 2820억원이 영업이익으로 장부상 기재됐던 것이다.
 
2분기 실적에는 4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진 유럽과 미국 시장의 수요 감소 현상이 반영될 예정이다. 감염 방지를 위해 폐쇄 조치가 내려졌던 공장이 다시 문을 열어도 차를 살 소비자가 없는 가운데 기아차는 가동률을 조정해 공급을 탄력화함으로써 시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측은 컨퍼런스콜에서 “4월 생산차질이 전체적으로 8만 8000대 정도 있을 것 같다. 국내 공장이 1만 6000대, 그 나머지가 해외 공장들이다”라며 “미국과 유럽만 놓고 보면 미국은 대략 5월 3일까지 ‘셧다운’을 하고 그 이후에 생산재개를 하게 된다. 유럽의 경우 부활절 연휴 비가동을 거쳐 24일 이후부터 가동을 시작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요 대응을 하기 위해 3교대에서 2교대로 유연 생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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