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코로나19 대응책인 '언택트 면접', 흙수저 울리는 '디지털 양극화' 초래
[뉴스투데이=강지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초중고등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양극화'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PC나 노트북이 필요할뿐만 아니라 통신망 사정도 좋아야 하는데, 이런 IT인프라면에서 불평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넉넉한 학생들은 고사양 노트북으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반면에 경제적 취약계층에 속한 학생들은 낡은 PC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교현장만 그런게 아니다. 치열한 취업현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간의 디지털 격차는 교육당국이 노트북 제공 등을 통해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는 데 비해 취업현장에서의 불평등은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 못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기존에 인공지능(AI)면접 등을 실시해온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언택트(untact)’ 면접을 확대하고 있으나 취준생들 간의 디지털 인프라 격차가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블라인드 앱에 "면접장소와 IT기기 구하기 어렵다" 하소연 많아
뉴스투데이가 최근 수일 동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언택트 면접'과 관련해 올라온 글을 분석한 결과, '제3의 양극화'를 호소하는 글이 상당수 발견됐다.
언택트 면접의 확대로 울상을 짓는 구직자들이 적지않게 존재하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차분하게 면접을 진행할 적절한 장소를 구할 수 없거나 노트북·웹캠 등 필요한 기기조차 구매할 여력이 없는 경우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PC나 노트북 그리고 인터넷이 갖추어진 환경이라면 어디서나 면접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언택트 면접의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적절한 장소와 기기’가 일부 구직자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A씨는 블라인드 앱에 올린 글에서 “(언택트 면접을 볼 장소로)집은 사정이 있어서 안된다”며 “화상면접을 조용히 할만한 곳 어디 있을까?”라고 글을 올렸다. 코로나19가 확대되기 전인 2019년에도 “집 없는 분들은 어디서 면접보시나요?”라고 질문했다.
기기를 구하는 것도 난관이다. 모 대형 유통회사에 다니고 있는 B씨는 “화상면접 일정이 잡혔는데, 노트북이 없고 데스크탑에도 웹캠이 없다”며 "모바일로 해도 된다고 하는 데 이어폰 꼽고 하면 너무 가깝지 않을까요"라고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 하남시 등 일부 지자체만 '디지털 차별' 해소 위한 행정 지원 / 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협력 체제 필요해
언택트 면접의 확대가 '디지털 차별'이라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화상면접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안양시와 하남시가 대표적이다. 안양시의 경우 시청사 2층 일자리센터에 화상면접실을 설치했으며, 하남시는 청년해냄센터 교육장을 활용하여 ‘청년해냄센터 온라인 화상면접관’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어디까지나 이런 시도가 일부 지자체에 한정되어있다는 점이다. 해당지역에 살지 않는 구직자들은 또 다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취준생 K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I의 발달에 코로나19까지 겹쳐서 언택트 면접, 화상면접 등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취약계층에게 채용시장의 위축 못지 않게 큰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서 채용방식의 변화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 청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채용시장의 조건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사회 전체가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