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비상’ 보험업계, 해외투자 규제완화에 목매는 까닭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던 보험사 해외투자 규제완화 방안이 발의자인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재선 성공으로 21대 국회에서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로 자산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린 보험업계에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해 금리 역마진 완화와 수익성 향상에 힘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의 운용을 위해 해외자산(외국통화, 외화증권, 외화파생상품, 외화채권 등)에 투자하는 경우, 일반계정은 총자산 대비 30%, 특별계정은 각 특별계정자산 대비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지난 10년간 해외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30%로 제한하는 보험업법을 50%로 확대하도록 하는 방안을 학수고대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동수 의원이 해외투자 한도를 일반계정, 특별계정 모두 총자산의 50%로 확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올해 3월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가 해외투자 한도 확대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낮춤에 따라, 자산운용 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더 커지는 역마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가계의 부채부담이 증가하면서 보험 해지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면 영업의 불가로 설계사 대면영업이 중심인 대형 보험사들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저금리·저성장으로 인해 이 좁은 나라에선 미래의 수익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보통 생명보험사(생보사)는 고객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국고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해 이익을 얻곤 한다. 하지만 주가와 금리가 모두 하락하면서 채권을 주요 투자자산으로 하는 보험회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1.5%대였던, 국고채 5년물의 금리는 최근 1.2%대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 15곳의 당기순이익은 2조2142억원으로 2018년의 3조2164억에 비해, 31.1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5년 4%였던 생보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12월 말 평균 3.5%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보험사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해외투자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는 투자할만한 초장기채가 부족하고 우량 회사채 같은 안전자산도 부족해 외화자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며 “국내 금융업에서 유일하게 해외투자에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50%도 높은 수치 아냐, 타 국가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
보험업계는
21
대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
한도를 총자산의
30%
에서
50%
로 확대해
,
해외자산에 투자를 늘려 부채비율을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보험연구원도 최근
‘
초저금리시대의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 규제
’
보고서를 통해
,
금융업권 중 해외자산 투자 한도 규제를 받는 곳은 보험사가 유일하다며
,
우리나라도 해외자산 투자 한도를 없앤 일본이나 해외자산 투자를 장려하는 대만처럼
,
해외투자 한도를 더 높이거나 없애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일찍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일본과 대만 보험산업의 경우
,
일본은
2012
년 외화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 규제를 폐지했고
,
대만 역시
2000
년대부터 보험사의 해외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
이를 통해
0~1%
의 저금리 환경에서도
4%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금리 역마진 완화
,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
업계 관계자는
“
국내 장기채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장기채권 투자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2023
년 도입을 앞두고 국제보험회계기준
(IFRS17)
의 금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선 해외투자 한도를 높여야 한다
"
고 밝혔다
.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국내 생보사는 자산운용수익률은 늘리고 자산과 부채의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
지난해부터 비교적 장기채권이 많은 해외자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
국내 생보사의 외화 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지난
1
월 기준
112
조
5698
억원으로
,
지난해
1
월의
99
조
3616
억원에 비해
13.3%
이 증가했다
.
주요 보험사의 올해
1
월 기준 해외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자산의
20%
를 넘고 있다
.
한화생명은 일반계정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의 비율이
28.9%
로
30%
에 육박하고 있으며 푸본현대생명
25.9%,
처브라이프생명
25.3%,
동양생명
23.7%,
교보생명
23.6%,
농협생명
21.4%
등을 나타내고 있다
.
보험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
환율 시장 변동성과 각 사의 투자 전략 등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
이는 국내 시장이 포화된 현 상태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은 새로운 시장인 해외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또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안정적 운용 기조를 유지하며 우량 기업대출 및 론펀드 등을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예정이다
.
선진국 부동산 및 인프라 펀드 투자를 통해 장기 배당수익 확보 및 우량 해외채권 투자를 병행할 예정이다
.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
금리 위험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한다면 다른 한편으론 이 리스크 관리 수단을 열어줘야 되는데 그 수단 중에 하나가 바로 해외투자한도 규제 완화
”
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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