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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자산운용사 중심 OCIO 시장 기웃…새 먹거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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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4.22 06:50 ㅣ 수정 : 2020.04.22 06:50

맞춤형 투자전략 강점으로 내세워…OCIO시장 경쟁 격화될 듯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100조원 규모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시장에 증권사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OCIO는 자산 규모가 큰 공공기관·민간기관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외부기관에 자산을 위탁·운용하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들이 OCIO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성장잠재력이 클 뿐 아니라, 안정적인 새 수익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자산운용사에 비해 다양한 투자구조와 전략을 제안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증권사가 강점을 가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 등을 기대하며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TV 화면캡쳐]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OCIO 시장은 규모가 큰 편이 아니지만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법제화된다면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커지게 된다. OCIO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OCIO 사업은 다년간 저조한 수익률과 판매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되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공모펀드 최대 설정액이 1조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최대 19조원 규모의 공적기금 주간운용사가 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체투자 등 실물자산에 기반한 투자들이 타격을 받은만큼 장기적인 수익 다각화의 유인도 커졌다.

 
이에 따라 이미 OCIO시장에 진입한 자산운용사와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트랙 레코드(운용 실적)를 바탕으로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KB증권 등 후발주자들은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사업자에 선정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표=뉴스투데이 / 자료= 각 공적기금]

 

■ 100조원 공적기금 OCIO…70%↑ 자산운용사 차지, 30%↓ 증권사들 자리다툼

현재 100조원 규모의 공적기금 OCIO 중 72조원은 자산운용사가 차지하고 있다.

37조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 일부(19조원)를 미래에셋운용이 맡고 있고, 18조원 산재보험기금과 20조원 연기금투자풀 일부(13조원)는 삼성자산운용이 주간운용사다. 나머지 7조원 연기금투자풀과 1조5000억원 민간연기금 투자풀은 한국투신운용이 담당하고 있으며,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신한BNP운용이 맡고 있다.

특히 총 32조원의 공적기금을 관리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운용사 단독으로는 최대 규모를 담당하고 있다. 5회 연속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자금을 18년 이상 운용한 트랙 레코드를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트랙 레코드가 높을수록 여타 공공기관의 OCIO 사업을 따올 가능성이 높다. OCIO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달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조4000억원을 운용할 대체투자 주간운용사 2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업계에서는 유력한 후보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나머지 28조원의 공적기금 OCIO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간운용사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단독으로 2014년 주택도시기금 일부(18조원)와 2015년 고용보험기금(10조원)으로 28조원의 최대 규모 OCIO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 자리를 2018년 NH투자증권에게 내줬다.

이를 시작으로 증권사들이 OCIO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고용보험기금 OCIO 주간운용사 선정에 기존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신한금융투자·NH투자·KB증권 등이 뛰어들었다.

OCIO 사업 관련 조직 및 인프라도 잇따라 신설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기관영업본부 산하에 OCIO솔루션센터를 설치하면서 기존 고객자산운용본부 산하 랩운용부의 OCIO운용팀과의 시너지를 도모했다.  KB증권도 OCIO전략팀을 신설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초 OCIO사업팀을 새로 꾸렸다. 중형사인 교보증권도 올해 랩운용부를 중심으로 OCIO 운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특히 국회에서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통과된다면 OCIO 시장규모가 1000조원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당 법안은 퇴직연금의 운영을 담당할 기금(수탁법인) 설립을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도록 한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금융기관에 자산운용 위탁이 가능하다. 이에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이 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OCIO 사업은 수익성 측면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 옵션이 도입된다면 증권사의 안정적인 신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증권사들, 기관고객별 니즈 타켓팅·포괄적인 자문 제공이 강점

증권사들이 자산용용사에 비해 갖는 차별점 및 강점은 맞춤형 투자구조·전략과 포괄적인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형사 관계자 A씨는 “본업이 운용에 한정돼 있는 자산운용사와는 다르게 증권사의 경우 리서치 조직이 활성화 돼있는 편”이라며, “여러 투자 상품을 기획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즉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대형사 관계자 B씨는 “증권사는 판매사로서 고객과의 접점에 있어왔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 파악에 더 민감하다”며, “OCIO의 역할 중 하나인 포괄적인 자문에서도 증권사가 운용사에 비해 강점을 가진다”고 봤다.

고객 니즈 측면에서는 공공기관·민간기관 간의 차이가 뚜렷한 편은 아니다.

A씨는 “통상적으로 공적기금이 자금운용을 보수적으로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기금 중에서도 공격적인 운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즉 대체투자·해외투자 등을 통해 수익성 확대를 도모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민간기관은 상대적으로 투자의 자율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보수적인 자금운용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학교법인의 발전기금 OCIO는 원금 보존 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일부 자금만 투자 대상이다.

증권사의 OCIO 수익성 측면으로만 봤을 때는 공적기금 주간운용사 선정은 큰 이점이 없다. 공공기관의 보수율 수준은 낮은 편이고, 최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B씨는 “낮은 보수율 수준에도 공공기관의 OCIO로서 가지는 상징성 확보를 위해 운용기관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선발주자 한투·NH투자증권 외연 확대, 후발주자 신한·KB증권 등 OCIO 선정 위해 만반의 준비

이미 공적기금을 OCIO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향후 트랙 레코드를 쌓으면서 외연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OCIO 전문 부서에서 대형 공적기금 OCIO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민간기관·소규모 일반법인에 OCIO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소규모 기관은 공공기관에 비해 위탁운영하는 자금규모는 작지만 수수료가 높다. 따라서 소규모 기관고객으로의 고객풀(pool) 확대를 통해 수익성 도모를 한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역시 OCIO 운용 체계를 공고히 하면서 다양한 고객을 유치할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OCIO 수탁고 확대를 견인한 랩운용부를 중심으로 OCIO에 특화된 ETF 기반 모델 포트폴리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후발주자인 신한금투·KB증권 등은 관련 인프라 구축을 통해 OCIO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후발주자인만큼 OCIO 사업자 선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향후 여러 기관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예정된 대형 기관들의 OCIO 발주는 물론 소규모 기관고객 확보에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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