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AI로봇은 인간직원 75명 역할, 구광모 시대의 인재상은 변화중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회사에 사무용 인공지능(AI) 로봇 75대가 도입된다면 당신은 무슨 일에 집중해야 할까요?" 요즘 LG전자 임직원들은 이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것 같다. 단순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분석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AI 로봇이 실제로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6일 올 연말까지 약 400여 개 사무직 업무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을 추가해 총 900개 업무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8년 말 사무직 업무 174개에 RPA를 도입하고 이듬해 412개로 확대했다. RPA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LG전자에 따르면, 현재 로봇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는 업무량은 사람의 노동량으로 환산하면 월 1만2,000시간에 이른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므로 회사원 한 명의 근로시간은 월 160시간 안팎이다. 따라서 RPA의 확대도입은 900개 업무를 담당한 75대의 AI로봇를 배치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 지능형 RPA는 '제재 거래선 분석' 기능까지 수행
더욱이 올해부터는 비교와 분석 등 고차원적인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RPA’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능형 RPA는 주요 국가에서 거래를 제재하고 있는 대상과 LG전자 거래선의 유사도를 분석할 수 있다. 전세계 사이트에 흩어져 있는 7만여 개 제재 거래선 목록을 추출하고, LG전자의 거래선과 대조한 뒤, 제재 대상으로 의심되는 거래선이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기존 RPA가 제재 거래선과 LG전자 거래선 이름이 100% 일치해야만 알려주는 것과 비교해 거래선 명칭이 비슷한 경우도 알려주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제재 거래선의 폭넓은 리스트를 미리 확보하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회사는 선제적으로 거래가 제재되는 품목을 확보하고, 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지능형 RPA는 인간의 고차원적 능력으로 꼽히는 '추론'과 '예측'의 업무까자 수행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능형 RPA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인도법인에서 항공료 영수증의 세금 항목을 회사 시스템에 입력하는 업무다. RPA가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영수증에 필요한 항목만을 뽑아내 처리한다. 영수증의 다양한 요소 중에서 세금 항목만을 선택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LG전자가 RPA와 지능형 RPA를 확대 도입하는 것은 구광모 회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디지털 중심의 사업구조 대전환)' 가속화 주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구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단순 반복 업무나 기계적인 분석작업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데 능력을 발휘해온 사람은 더 이상 LG그룹에서 중요한 인재가 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