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삼성전자 임원 평균 연봉은 30억원 이상이라는 보도는 사실일까? 최근 상당수 언론들이 이렇게 보도했다. 제목만 보고도 서민층은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짜뉴스’이다. 언론매체들이 보도의 근거로 삼은 자료는 구인구직 포털인 잡코리아의 분석결과이다. 잡코리아는 ‘시가총액 상위 30개사 중 2018년과 2019년 임원 보수를 공시한 28개 기업의 등기이사 보수 현황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임원이 아니라 임원보수를 공시한 대기업의 등기이사 평균 연봉을 산출한 것이다. 대기업의 등기이사는 통상적으로 그룹 총수이거나 총수의 최측근인 최고경영자(CEO)인 경우가 많다.
■ 평균연봉 30억 넘는 삼성전자 등기이사는 4명, 미등기 임원 887명의 평균연봉은 6억 1700만원
법적으로도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발언·의결권 등을 행사할 수 있으며, 상법상 규정된 이사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가진 핵심 경영자를 뜻한다. 반면, 임원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이사 및 감사 등 법률상 임원으로 정해져 있는 직책으로, 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즉, 임원 중에서 극소수만이 등기이사가 된다. 당연히 임원 평균 연봉은 등기이사보다 훨씬 낮다. 삼성전자의 경우만 해도 미등기임원은 887명에 달하는 데 비해 잡코리아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사업보고서 상의 등기이사는 불과 4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을 제외한 등기이사는 이상훈 이사회 의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등 총 4명이다.
이들의 보수지급총액은 △이상훈 의장 31억3500만원 △김기남 대표이사 34억5100만원 △김현석 대표이사 25억7800만원 △고동진 대표이사 28억2800만원이다. 삼성전자 4명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30억400만원이다. 즉, 30억400만원은 삼성전자의 ‘임원’이 아닌 ‘등기이사’의 평균 급여액인 것이다. 반면에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 887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은 6억1700만원이다.
■ 평균 연봉 26억 1800만원인 LG전자 등기이사는 2명, 미등기 임원 322명 평균 연봉은 5억 7000만원
등기이사와 미등기임원의 평균 급여액 차이는 LG전자, 현대차 등 다른 기업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LG전자의 등기이사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정도현 LG전자 사장 단 2명이다. 평균 급여액은 26억1800만원으로, 삼성전자(30억4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등기이사 평균보수액을 기록했다.
LG전자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 지급금액은 33억8700만원, 정 사장은 18억4900만원이다. 지난해까지 LG전자 미등기임원은 322명이며, 1인 평균 급여액은 5억700만원이다.
■ 평균 연봉 22억 500만원인 현대차 등기이사는 5명, 미등기 임원 363명의 평균 연봉은 4억1500만원
등기이사 평균 급여액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기업은 현대자동차(22억500만원)이다.
현대자동차의 등기이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사장,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등 총 5명이다.
2019년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봉은 △정몽구 회장 41억8000만원 △정의선 수석부회장 34억200만원 △이원희 대표이사 12억6800만원 △알버트 비어만 사장 13억5000만원 △하언태 사장 8억2600만원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등기임원은 363명이며, 1인 평균 급여액은 4억1500만원이다.
지난해 대기업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전년(17억500만원) 대비 24.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화재의 경우 전년 대비 71.3% 감소했다. 등기이사 연봉 증가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카카오로 전년 대비 85.7% 증가한 7억6900만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