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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60)

실전 같은 부대 검열 및 훈련평가는 승리의 첩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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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4.16 09:10 ㅣ 수정 : 2020.04.16 09:10

경쟁자가 깨닫게 해준 교훈과 대대장의 리더십이 이끌어 낸 승리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모든 사회 조직에서는 항상 평가, 검열 및 감사가 존재한다.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거나 승진도 하지만 징계 또는 처벌을 받거나 해임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는 감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팽배하다. 간혹 확실한 성과가 예상되더라도 무리한 도전을 하다가 감사에서 문책을 당하기 보다는 법규를 핑개대며 안일하게 모험을 회피하는 복지부동의 행태가 만연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 전투 승리 위해 전차고속기동, 부교이용한 도하 훈련 등 각종 훈련평가에 임하는 국군모습 [사진자료=국방부]
 

 

군(軍)도 마찬가지로 각급 제대별로 주기적인 검열 및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군대에서 제대별로 시행되는 전술훈련평가는 통상 쌍방으로 진행되어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그 결과가 부대의 성과로 직결되어 제대별 연말 우수부대 선발의 기준으로 반영 되기도 한다.
 
각개 병사들은 분·소대장이 평가하여 진급 및 휴가에 영향을 끼친다. 부대는 통상 2차 상급부대에서 평가를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하급 제대중 특별한 임무를 담당하거나 특정 지역을 책임지는 부대일수록 1년 내내 검열 및 평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이없는 비전술적 행동에 당한 중대 전술훈련평가(ATT)
 
필자도 중대장 근무 당시 2차 상급부대인 연대 참모들이 평가관으로 편성된 중대 전술훈련평가(ATT)를 받았다.
 
이 결과가 추후 진급 심사시에도 영향이 있고 1년에 한번씩 받는 평정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대장 본인도 중요하지만 간부와 병사들은 자기 중대의 평가를 잘 받기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
 
당시는 연대가 GOP를 담당하고 있어 실제 전술훈련 평가를 받는 중대는 GOP대대를 제외한 2개 예비대대 예하의 6개중대였다. 마침 훈련주기를 고려하여 필자의 중대는 같은 대대에 있는 인접 중대와 쌍방훈련을 하게 되었다.
 
비록 같은 대대에 속한 중대였지만 상호 경쟁의식은 치열했다. 개다가 필자가 경쟁상대의 중대장보다는 연대에서 더 오랫동안 근무하여 누가  봐도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주둔지에서 출동준비태세 평가를 받고 상호 공방을 위해 주변 야지로 전술적 행군을 하며 또 평가를 받았다. 이동해 숙영지 편성을 하면서 통제부에서 하달된 중대 공격명령을 수령했다.
 
통제관들이 참관한 가운데 작전지역을 분석하여 중대 공격명령을 하달하고 다음날 여명 공격을 위해 야간 숙영에 들었다.

 

자정이 좀 넘어갈 즈음 갑자기 텐트밖이 시끄러웠다. 상대 중대장의 경쟁의식이 강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필자는 역시 도발을 하였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경계병을 배치해 사주경계를 하면서 숙영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 중대의 특공조 1명이 비무장으로 은밀하게 다가와서 중대장 텐트 옆에 꽂아 놓은 중대기를 탈취해 달아났다.

경계병은 발견했지만 막무가내로 뛰어 달아나는 그 병사를 잡을 수 없었고, 본격적인 전술훈련 평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방의 치졸한 경쟁심이 권위있는 전술훈련을 비전술적 동네 전쟁놀이로 전락시킨 순간이었다.

통제관에게 비전술적 행동에 대한 항의도 하고 이의도 제기해 무마는 되었지만, 이후 훈련은 맥이 빠진 상태가 되었다. 치밀한 기동 및 화력 그리고 기만작전 계획과 그 시행 등으로 공격 및 방어훈련간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대기를 빼앗긴 중대전술훈련 평가로 막을 내렸다. 

아무튼 이 훈련으로 필자에게는 군생활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꼭 간직하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 손자병법 병세편의 ‘범전자 이정합 이기승(凡戰者 以正合 以奇勝)’는 “무릇 전쟁은 정공법으로 대결하고 기습으로써 승리한다”라는 의미이다.

 

사회속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은 친구도 되지만 적도 될 수 있고, 모든 상황에서 항상 정공법(正攻法)과 기공법(奇功法)이 존재함을 예측해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철모에 노란 띠를 두르고 쌍방으로 진행되는 전술훈련평가에 임하는 국군장병 모습 [사진자료=국방부]
 
대대장의 신임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투구한 대대 전술훈련평가(ATT)

중대전술훈련 평가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대대전술훈련평가가 이어졌다.

손자병법 모공편의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즉 “전쟁에서는 장수와 병사가 같은 목표를 가지면 승리한다”는 뜻이다. 이 병법처럼 중대전술훈련 평가시 앙금이 채 가시지는 않았지만, 같은 소속의 대대평가를 잘 받기 위해 어제의 적이었던 상대 중대와 어쩔 수 없이 뭉쳐야 했다. 그동안 필자를 아껴준 대대장의 신임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투구한 대대 전술훈련평가(ATT)였다.

과거 6·25남침전쟁시 양구 펀치볼(해안분지)에서 약 221일 동안 벌어졌던 주요 전투를 분석하면 고지를 공격이나 방어할 때 대부분 중·소대장들은 유선 전화기로 상하급 제대간에 소통을 했다. 무선 교신은 적들에 의해 감청이 가능했고 난청 지역도 많았으며 전장 소음으로 인해 정확한 의사전달이 제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대대장은 공격시 지휘조의 장비휴대 복장을 통일 시켰다. 중대장은 무선 교신을 위해 P-77무전기를 메고 직접 교신하며, 통신병은 중대장 인접에서 전화기를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방차통을 메고 유선을 풀어가며 전진했다.  

후방 관측소(OP)에서 대대장이 전방 중대의 전진을 확인하며 긴급하게 변해가는 적 상황에 따라 유무선을 활용하여 즉각적으로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양치규 대대장(육사 29기, 예비역 소장)의 치밀한 계획과 방차통 휴대와 같은 야전적인 아이디어가 가미된 기동 및 화력지원 그리고 기만작전 등으로 공격 및 방어훈련간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작전계획 작성, 상황조치, 그리고 각개 병사 및 예하 중·소대의 전술적 행동에서 상대 대대보다 월등하다는 평을 받았고, 존경하는 대대장의 부하로서 약간의 도리는 했다는 보람을 느꼈다.(하편 계속)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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