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 4기’ KDB생명 매각 난항…이동걸 산은 회장의 돌파구는?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4.13 06:50 ㅣ 수정 : 2020.04.13 06:50

가격 인하는 최후 보루…당분간 해외 인수후보 모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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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KDB생명보험(이하 KDB생명) 매각에 난항을 거듭하면서 이동걸 산은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산은이 공적 자금 손실 등의 논란을 피하고자 KDB생명의 매각가를 전격 낮추기보단 당분간 해외 인수후보 모색에 힘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난항을 거듭하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뉴스투데이]
 

산은이 KDB생명 매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법적 리스크의 부담 때문이다. 산은은 2010년 3월 자체 PEF(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를 통해 KDB생명(구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현재 실지분율 92.7%로 최상위 지배회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가 아닌 PEF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최대 허용 한도는 10년이다. 위반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10년을 넘어서면서 산은은 KDB생명 매각에 더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다.

 

산은은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시도에 어려움을 겪고, 지난해 네 번째 매각에 나섰다. 작년 11월 예비입찰을 치르고 적격 예비인수후보를 추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본입찰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예비입찰을 받았으나 사모펀드 두세 곳만 참여했을 뿐이며, 금융지주사들은 한 곳도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함께 매물로 나왔던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자 산은이 매각 일정을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을 물더라도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완료된 후 확실한 인수 후보들을 추가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지난 10일 확정됐기 때문에 곧 KDB생명의 매각 등 본입찰 일정과 향후 절차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KDB생명, 이자 역마진 리스크 & 미래 부채 증가로 보험사 M&A시장에서 경쟁력↓

 

KDB생명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보험사 인수합병(M&A)시장에서 KDB생명의 경쟁력을 낮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KDB생명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내리 적자를 기록하던 것을 2018년 1월 정재욱 KDB생명 신임 사장을 앞세워 흑자(64억원)로 전환하기는 했다. 지난해에는 5배가 넘는 3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들여다 보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험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KDB생명의 2017년 3분기 누적 보험료수익은 2조3836억원에서 2018년에는 2조1108억원으로 11.4%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9811억원으로 6.1%가 하락했다.

 

이에 더해 올해 초부터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고금리 달러저축보험상품 역시 부채증가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해당 상품은 3.1%(3년 만기)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KDB생명의 투자영업이익이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KDB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9년 2.9%로 전년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운용자산이익률이 고객에게 지급할 이자율을 밑도는 이차 역마진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2022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변경되면서 고금리 저축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했던 KDB생명은 보험부채의 급증 위험도 안고 있다. 이는 IFRS17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결산 시기마다 시장금리 등을 고려해 보험 부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지금처럼 0%대 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고금리 보장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본 확충 부담이 더욱 늘게나게 된다.

 

KDB생명의 미래 부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푸르덴셜생명 등과 같은 초우량 매물들이 나오자, KDB생명의 매력도는 더 떨어지게 된 것이다.

 

■ 이동걸 회장, 공적자금 손실 부담으로 매각가 낮추기 어려워…해외 인수후보 우선 모색

 

현재 이 회장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KDB생명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올 9월 회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몸값을 올린 후 매각하겠다는 이 회장의 야심찬 계획도 실행하기 어렵게 됐다.

 

KDB생명의 시장가와 이 회장이 기대하는 매각가의 괴리도 크다.

 

산은은 KDB생명 인수 및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입한 돈이 약 1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 회장은 자금 회수를 위해 6000억원 이상의 입찰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두 곳은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작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매각에 대해 “시장이 가격을 맞추면 거기에 따라갈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매각가를 낮출 수 있다는 시그널로 보였으나 본입찰 공고를 앞두고 아직까지 산은이 가격을 하향조정한다는 얘기는 없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생각하는 매각가와 시장가의 괴리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가 수준으로 최저입찰금액을 낮추기는 어렵다”며 “국책은행의 특성상 공적자금 손실 논란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마무리됨에 따라 인수 전에 참여했던 일부 후보들이 KDB생명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푸르덴셜생명에 이어 우량 매물들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KDB생명에 가격 어드밴티지(이점)가 없다면 시장에서 주목할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예측했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산은이 결국 해외 인수후보 모색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금융지주사보다 수요 기반이 넓은 해외 사모펀드 등 해외 투자자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결국 매각가 하향 조정은 해외 인수후보의 추가 확보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임기가 9월 말이고 임기 안에 매각을 원하는 만큼, 인수 결정은 그리 늦춰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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