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 몰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 4사, '글로벌 이동 재개'가 유일한 돌파구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적자 행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망치는 상장사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합산 적자는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침체 때문이다.
9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매출 시장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3.34%(1조 7142억원) 하락한 11조 1344억원, 적자 전환한 영업손실은 6211억원이다. 같은 시기 에쓰오일의 매출 전망은 전년 대비 4.33%(2350억원) 오른 5조 6612억원, 마찬가지로 적자 전환한 영업손익은 3684억원 적자로 예측되고 있다. 정유4사중 GS칼텍스만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세가 진정돼 '글로벌 이동 재개'가 시작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업계 2위 GS칼텍스와 4위 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 기업이지만 이들의 지분을 가지고 수익을 내는 모기업이자 그룹 지주사인 GS와 현대중공업지주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GS와 현대중공업지주의 1분기 매출 시장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6%(4003억원), 2.57%(1671억원) 줄었고 영업손익은 GS가 50.09%(2568억원) 감소하고 현대중공업지주는 적자전환해 88억원의 손실이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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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봉쇄조치로 인한 수요격감에 재고평가 손실까지 겹쳐
정유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은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의 이중고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각국은 국경을 닫아걸었고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지역 봉쇄까지 이어지면서 항공유, 휘발유 등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지난달 26일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올해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세계 석유수요 증가를 보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1월부터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회계상 재고평가 손실까지 겹쳤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 주 두바이유는 배럴당 67.14달러였지만 이달 첫째 주에는 3분의 1 수준인 22.79달러까지 떨어졌다. 석유 값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면서 정제마진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수요 증가를 봉쇄하면서 유가 폭락의 단점만 얻게 된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와 관련해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정유 업황은 이동 제한에 따른 영향이 완벽히 사라지거나 유가의 급등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부진한 시황이 불가피하다”라며 “현재의 정제마진은 2020년 1분기보다 더욱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평가 손실은 일부 제거되겠으나 정유사업부의 적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기술했다.
한상원 교보증권 연구원도 지난 6일 “복합 정제마진이 전주 대비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에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 지역에서의 설비 가동률 하향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나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둔화와 경제 활동 회복으로 급락했던 가동률이 회복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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