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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경찰청, SK이노베이션의 공통점은?...‘언택트’ 혹은 ‘미니멈택트’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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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림
입력 : 2020.04.07 19:33 ㅣ 수정 : 2020.04.07 20:47

안산도시공사의 축구장 필기시험은 ‘21세기 과거제’ 별명 얻어 / SK이노베이션은 초유의 ‘온라인 필기시험’ 실시 / 산업인력공단은 ‘폐쇄공간 시험’ 강행해 논란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지난 4일 2000여 평 규모의 안산와스타디움 축구장에는 좌우 5m 간격으로 140여 개의 책상과 의자가 바둑판처럼 깔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잠시 후 의문은 풀렸다. 각 책상에는 마스크를 쓴 139명의 응시자들이 앉아 문제를 풀면서 답안을 채우고 있었다. 안산도시공사가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공채 필기시험을 치르는 모습이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1세기 과거제’라는 별명도 붙였다.

 

안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어서 필기시험을 연기할까도 고민했다”며 “하지만 안 그래도 힘든 취업난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며 채용 기회가 줄어든 청년 구직자들을 위해 야외 시험 방식으로라도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수험생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미니멈택트’인 셈이다. 

 
지난 4일 안산도시공사는 2020년 안산도시공사 직원 공개채용 필기전형을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진행했다. [사진캡쳐=안산도시공사]

안산도시공사만 기발한게 아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공공기관과 대기업 일선에서 실천되고 있다.

■ 동해해경청 수험생은 마스크와 장갑 착용하고 필기시험 치러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도 이달 7일에 진행된 제3차 신임 의경 선발시험을 야외에서 치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동해해경청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시험장소를 야외로 옮겨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필기시험을 보도록 했다. 중부해경청은 의무경찰 선발시험에 지원한 100여 명의 사람을 부산해양경찰서 운동장에서 전후·좌우로 2m 이상 떨어진 채 적성검사를 치르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야외에서 시험을 치르거나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등 이색 채용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SK이노베이션은 ‘화상 필기시험’ 실시, 11번가는 면접부터 채용까지 전과정을 언택트로

 

주요 대기업들은 오프라인 접촉을 아예 하지 않는 ‘언택트(비대면) 채용 방식’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SK 계열사들의 언택트 채용이 눈에 띄었다.

 

지난 3월 23일 SK이노베이션은 화상 면접을 도입한 데 이어 신입사원 필기 전형도 온라인으로 진행해 채용 전 과정에 ‘언택트 방식’을 도입했다. 이번 신입사원 채용 감독관은 화상 시스템으로 응시자의 얼굴과 시선처리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녹화한 영상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었다.

 

11번가도 지원서 제출부터 면접까지 채용 전 과정에 언택트 방식을 도입했다. 이달 7일부터 실시된 실무 면접과 임원 면접 또한 화상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경력직 수시 채용에도 언택트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지원서 제출은 물론, 인적성검사, 면접 절차까지 모두 비대면 형태로 진행한다.

 

SKT는 기존 오프라인 채용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영상통화 면접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채용 설명회 ‘T커리어 캐스트(T-Careers Cast)’를 중계하는 등 채용 전형과 직무를 소개하고 지원자들과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 한국남부발전은 공기업 최초로 비대면 온라인 채용제도 도입

 

한 발전공기업은 최근 온라인 면접으로 체험형 인턴을 선발하기로 해 주목을 끌었다. 한국남부발전은 공기업 최초로 비대면 온라인 채용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비대면 채용은 평가위원들이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별실에서 서류를 심사한 뒤, 인턴지원자의 자기소개 영상을 평가하고 실시간 온라인 화상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대면인 만큼 실시간 면접평가와 보안관리 등 채용 절차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남부발전은 ‘K-Interview’라는 전용 온라인 면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턴을 선발하고, 본인 확인절차와 통신장애 등 유사시 대응방안 매뉴얼도 사전 공지할 예정이다.

 

■ 산업인력공단 등 일부 기관은 밀폐된 공간 시험 강행...코로나19 수칙 지켜도 불안

 

하지만 여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시험을 강행하는 곳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달 5일 산업인력공단이 진행한 국가기술검정 시험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시험을 치르거나 수험생이 짝지어 앉아 있는 등 제대로 방역 대책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혀지자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인사혁신처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관리대상자 사전확인 △시험실별 수용인원 축소 △시험시설 방역소독 등 시험 안전대책을 마련했지만, 수험생들은 안심할 수 없다며 시험 자체를 포기한 경우도 많았다.

 

인사혁신처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시험장 수칙을 마련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진제공=인사혁신처]
 

지난 2월 8일 진행된 제46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결시율은 32%로 나타났다. 지난해 결시율은 10%대인 것으로 집계돼 결시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시험 접수자는 17만5266명이었다. 시험 전 4만9555명(28.3%)이 접수를 취소했고, 당일 6342명(3.6%)이 결시했다.

 

같은 달 22일에 치러진 법원 9급 공채 시험의 전국 평균 응시율은 65%로 지난해 70%보다 5%포인트(p) 낮아졌다. 특히 확진자가 다수 나타난 대구에선 응시율이 15%p 급감하며 응시자 2명 중 1명이 결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던 취업준비생 A 씨는 “1년 간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솔직히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험은 내년에도 있고,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한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험에 결시하게 됐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집단 감염 우려에도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취업준비생들도 많았다.

 

취업준비생 B씨는 “코로나19 걱정은 되는데 채용 일정도 연기된 곳이 많아 언제 다시 공고가 올라올지 알 수 없다”며 “취업을 위해 미리 스펙을 쌓아놔야 하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마스크를 2장을 낀 상태로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C씨는 “이미 취준한 지 2년이나 됐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시험을 못보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부모님도 시험은 내년에 보는 게 어떻겠냐 했지만 이 공부를 1년이나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 시험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기한적으로 채용을 미룰 수 없어, 앞으로 채용시장에 ‘거리 두기’ 방안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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