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금융, ‘생보사 열전’…리딩금융 쟁탈전 서막 올랐다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생명보험사의 인수나 통합을 통해 비은행 부문 실적을 높이면서 리딩금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처럼 두 금융그룹이 생보사 인수·통합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보험 부문 규모의 확대가 리딩금융그룹 자리싸움을 판가름 짓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신한금융에 승리하면서 자산규모를 늘린 바 있다. 이에 힘입어 2017년 당기순이익(3조3119억원)에서 9년만에 신한금융(2조9179억원)을 앞질렀으나, 2018년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시동을 걸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뺏겼다.
지난해 KB금융은 리딩뱅크의 자리를 지켰지만 리딩금융 자리는 신한금융이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2조43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은행보다 1000억원 정도 많은 반면, 신한금융의 2019년 순이익은 3조4035억원으로 KB금융보다 917억원 높았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편입하고 비은행 부문을 보다 강화한 것이 실적 제고에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이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해 리딩금융의 판도를 뒤집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신한금융,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 내년 7월 통합…리딩금융 굳히기
지난해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이 당기순이익의 34%(1조1572억원)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8년도에 비해 3%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8년에 당기순이익의 4%를 차지했던 보험 부문(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이 지난해 8%로 오르면서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이중 오렌지라이프는 27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신한생명(1286억원)보다 더 큰 실적을 올렸다.
또한 오렌지라이프는 비은행 부문에서 신한카드(487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 신한금융 자회사로 처음 편입됐을 때보다 두배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뤘다.
신한금융이 이미 신한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음에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것은 보험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신한생명은 비은행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생보사를 추가 편입함으로써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실제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달 30일 “두 생보사의 통합이 완성되면 업계 일류 보험사로 재탄생 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 관점의 신상품 개발과 디지털 편의성 제고, 소비자보호 등 양사가 보유한 역량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즉 신한생명과 다른 강점을 지닌 오렌지라이프를 내년 7월까지 통합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업방식 측면에서 신한생명은 TM(텔레마케팅)영업에, 오렌지라이프는 대면영업채널에 강점이 있고, 신한생명은 보장성보험에, 오렌지라이프는 변액보험이 주력 상품이다. 하나의 회사로 통합된다면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미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주요 부서들을 맞교환하면서 통합 전초전에 들어갔다. 신한생명의 리스크 관리부와 회계부서가 오렌지라이프 본사로 옮겨졌으며, 오렌지라이프 신채널지원부와 GA채널부서 역시 신한 L타워로 이동했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 삼성·한화·교보생명의 빅3 판도에 지각변동이 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총자산은 각각 33조7500억원, 33조6800억원으로 나란히 6·7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총자산을 합산하면 67조4300억원에 달하게 되며 이는 현재 4위인 농협생명(65조2800억원)를 웃도는 규모다.
신한금융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자산규모 만으로 생보업계 4위에 오르면서 리딩금융의 자리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사활…리딩금융 재탈환 각오
KB금융의 작년 비은행 부문 실적은 당기순이익의 30%(1조680억원)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보다 1%p 떨어진 수치다.
당기순이익에서 보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시 7%로 2018년보다 1%p 감소했다. KB생명과 KB손해보험의 순이익도 2503억원으로 전년대비 10%(268억원) 감소했다.
비은행 부문에서의 보험 부문의 비중은 국민카드와 KB증권 다음으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 대비 보험 부문의 실적 감소와 KB증권의 실적 강세가 맞물린 결과다.
이에 따라 KB금융 역시 보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위해서 생보사의 추가 인수에 사활을 걸고있다.
KB금융은 최근 다른 경쟁자인 사모펀드들보다 4000억~5000억원 높은 가격(2조2000원대)을 제시하면서 입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리딩금융 탈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작년 3분기 기준 자산이 20조8081억원으로 업계 11위에 속한다. 영업이익은 1074억원으로 같은 시기 오렌지라이프에 비해 1844억원 적게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자산 규모 13위(19조2984억원)인 KB생명과 통합된다면 농협생명 다음으로 생보업계 6위를 차지하게 된다.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시 생보업계 4위를 달성하게 될 신한금융의 턱밑까지 바짝 쫓게 되는 것이다.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을 KB금융과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양강 구도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가 다음주 추가 입찰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인수 후보들의 막판 베팅에 생보업계 판도가 뒤바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령화 등으로 보험산업의 수익성이 부각되는만큼 비은행 부문 다각화를 목표로 하는 KB금융의 생보사 M&A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KB금융이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면 리딩금융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