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의 리더 현대중공업, 코로나19타격속 친환경선박 수주가 유일한 희망?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수주난에 처했다. 지난해 저조했던 선박 수주가 올해에는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면서 만회될 예정이었지만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앞선 기술력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이 그나마 수주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수주를 끌어내리고 있는 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선박 시장 전체의 수요 감소다. 서구권에서 공장들이 멈추고 노동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선박 주문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접 만나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국가 간 물리적 이동이 막히면서 업무 진행이 되지 않는 실무적 문제도 한 몫 한다.
이와 관련 지난 30일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유럽과 미주의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선주들의 동북아 방문이 당분간 불가능해서 최소 여름까지 신조 발주 공백이 이어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신조 계약 공백이 코로나19의 유럽 종식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문제”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이 이달 공개한 올해 2월 누적 기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3사의 신규 수주량은 9억 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1억 6200만달러보다 18.8% 줄었다. 엔진기계나 플랜트 등을 빼고 조선 분야만 놓고 보면 5억 8700만달러로 35.8%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수주 감소는 현대중공업그룹뿐 아니라 세계 선박 시장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이 인용한 클락슨 데이터의 2월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누적 글로벌 발주금액은 32억달러로 전년 대비 73% 줄었고 글로벌 발주량도 75% 감소한 317만DWT를 기록했다.
그나마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이 수주의 맥을 잇고 있다. 지난 25일 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는 “(영국 해운사인) ‘유니온 마리타임’이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7900만 달러 규모의 액화석유가스(LPG) 추진 가스 운반선을 2척 주문해 초대형 액화석유가스 운반선(VLGC) 분야에 처음 진입했다”라고 보도했다. LPG나 LNG처럼 가스를 연료로 쓰는 선박은 벙커C유 등 기름을 쓰는 선박보다 유해물질을 상대적으로 덜 배출해 친환경 선박으로 취급되고 있다.
■ 엎친 데 덮친 격…환율에 유럽발 수요 발목 잡혀
가장 최근에 나타난 수주 방해 요인은 환율이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는 유럽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유로화 환율이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같은 배를 사도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 필요한 선박이 있어도 환율이 바뀔 때까지 주문을 미룬다는 얘기다.
31일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의 고객선사들은 유럽계 선주사들이므로 유로화 환율이 달러대비 강세를 보일 때 선박 발주를 늘리게 된다”라며 “한국 조선업은 (건조 원가 결정에서) 원화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원화 선가를 기준으로 달라지는 환율로 달러화 수주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달러화 대비 유로화 약세(원화 약세)는 외화 선가를 낮추게 되므로 선주들은 발주를 기다리게 된다”라며 “발주 시황은 조선소의 입장이 아닌 선주 입장에서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나은행(구 외환은행) 기준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30일 1354.85원으로 지난 2월 14일 1282.49원보다 72.36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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