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증시의 아이콘으로 ‘급부상’…예탁금 3월에만 10조원↑
폭락장 속 개인투자자 순매수 행렬에도 예탁금 증가…신용융자잔고는 6조원대로 낮아져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지난 2월 말 10조원을 돌파했던 신용융자잔고가 이달 들어 6조원대로 줄었다. 특히 지난 26일은 6조4075억원을 기록, 2016년 3월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반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5일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주가가 폭락하던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투자자예탁금은 10조원 넘게 늘었다.
이처럼 빚은 줄어가면서도 신규 예탁금은 늘고 있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식시장 변화의 승자가 개인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최근 주식 시장에선 개인 투자자의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개인 투자자는 전일 대비 코스피 현물 1730억원, 코스닥 1810억원을 추가 매수했다.
이 같은 매수 추세에도 투자자예탁금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25일 투자자예탁금이 41조435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6일에는 45조1690억원을 돌파했다. 투자자예탁금이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입금해 놓은 돈을 말한다. 이처럼 투자자예탁금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에 주식을 사기 위해 자금을 쌓아두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행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과거처럼 단순히 단기 차익만을 위한 저가 행렬로 볼 수 없다며, 이번 코로나發 주식 시장에서의 승자는 개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의 투자자예탁금 증가세는 이전과 달리 조금 특별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꾸준한 주식을 매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예탁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세가 이어지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기 마련이다“며, ”과거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저가매수 행렬이 이어지는 만큼 예탁금이 줄었는데, 이번에는 폭발적인 주식 매수 행렬에도 예탁금이 더욱 증가하고 있어 업계에서도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월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은 6조387억원이었다. 3월에는 26일까지 순매수 금액이 10조358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은 31조2124억원에서 41조4359억원으로 증가했다. 무려 32.75%나 증가한 것이다.
즉 지난 26일까지 10조원의 순매수가 이루어졌음에도 예탁금은 오히려 약 10조가 더 증가해, 개인 투자자들의 ‘총알’이 지속적으로 장전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개인 투자자들의 ‘빚 투자’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융자 잔고가 최근에 급감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0조원을 돌파했던 신용융자잔고가 이달 23일 6조7673억원을 기록하며 6조원대로 감소했다.
더욱이 지난 25일 신용융자잔고는 6조4075억원으로 4년 만에(2016년 3월 7일 6조4341억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말과 비교하면 그 한 달 만에 약 4조원이 준 것이다.
■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했던 개미는 가고, 똑똑한 개미들이 온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5일부터 연속 13거래일 동안 순매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27.51포인트(8.60%) 오르며 개인투자자들이 4613억원 순매도했지만, 25일은 다시 4519억원, 26일은 7164억원 순매수했다.
투자 대상 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삼성전자 주식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순매수된 금액 약 11조1000억원 중 5조2000억원 정도가 삼성전자 주식이었다.
특히 지난 16일부터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해 △하나금융투자는 6만7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KB증권은 7만원에서 6만5000원으로 낮추는 등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지만, 삼성전자 주식의 인기는 여전해 최근 4거래일 동안 약 2억 주가 거래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보통 주가의 변동이 심할 경우, 코스닥시장에서 중·소형주 위주로 순매수와 순매도를 반복해 단기 차익을 위한 투자를 하곤 했다. 헌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코스닥시장이 아닌 유가증권시장의 상위 우량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즉, 이젠 개인 투자자들도 예전처럼 하락장이라고 빚을 내 치고 빠지는 단타 위주의 무조건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지는질 만큼 개인 투자가가 국내 증시에서 몰라볼 정도로 똑똑한 투자를 하고 있고, 아직 이 기류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동안 개인 투자자는 국내 코스피, 코스닥지수에 항시 역행하고, 투자 실패가 반복됐는데 현 상황은 지극히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이례적인 행보에 대해 “이는 개인들의 지수 상승 기여도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다”라고 밝히며 “당분간 변동성 큰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지만, 주식 시장에서의 승자는 개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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