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KT 새수장 구현모의 '실용주의', 코로나19속 3가지 경쟁력 시험대 올라

김태진 입력 : 2020.03.25 07:17 ㅣ 수정 : 2020.03.26 14:03

'KT맨' 정통성은 리더십 원천으로 작용/글로벌 위기 이겨내기 위한 차별화된 경영능력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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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오는 30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리는 KT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구현모(56) 사 사장이 황창규 회장의 뒤를 잇는 KT의 새 대표로 공식 선임된다. 구 사장은 12년 만에 배출되는 내부 출신 CEO로, KT에서만 주요 보직을 거쳐온 ‘KT맨’이다. 이는 구 사장이 향후 경영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필요한 리더십의 원천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역대 회장들과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코로나19라는 지구적 재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새로운 KT수장으로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차별화된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구현모 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IPTV 3대 혁신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구 사장은 지난해 연말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이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왔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실용주의'로 표현할 수 있다. 김종구 KT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구현모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 확정 이유에 대해 “구현모 후보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에게 거는 KT의 기대와 바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직을 통합하고 성과주의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전문인력을 충원해왔다. 인사혁신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신입사원 정기 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을 도입한다. 이는 모두 불필요한 비용을 감소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 성과를 도출하는 ‘실용주의 전략’이다.

 

구 사장의 실용주의는 세 가지 시험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구현모 사장 역대 성과 요약[표=뉴스투데이 김태진 기자]

 

■ 복수사장 체제의 안정적 운용과 실적 극대화

 

'복수사장'체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12월27일 KT는 구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확정 발표하면서 “국민기업인 KT에 회장 직급이 정확하지 않다”며 “현행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KT 내 회장 명칭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 16일 인사에서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박윤영 기업부문장(58)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구 사장과 투톱체제를 이루었다. KT 역사상 전례 없던 '복수사장 체제'라는 지도체제이다.

 

다만 구 사장은 자신을 사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박 사장과는 구별되는 호칭이다.

 

투톱체제는 각 분야 전문성을 살려 실적 극대화를 노린다는 목표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9부문·5실·1원·1소였던 조직을 7부문·3실·1원·1소로 재편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구 사장이 맡아온 커스터머 부문은 5G, 기가인터넷을 중심으로 유무선 사업과 IPTV, VR 등 미디어플랫폼 사업에 대한 상품, 서비스 개발과 영업을 총괄한다. 디바이스 사업 역시 포함돼 KT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해왔다. 차기 커스터머 부문장은 강국현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이 유력시 된다.

 

박 사장은 기업부문을 맡는다. 기업부문은 기업사업 부문, 글로벌사업 부문, 미래플랫폼 사업 부문이 통합되면서 탄생했다. 전국 11개 지역고객본부와 6개 네트워크 운용본부를 6개 광역본부로 합쳐 국내외 기업고객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디지털 혁신“이 활성화되도록 한다.

 

또한, KT는 조직 변화에 맞춰 임원의 수를 전년 대비 약 12% 적은 98명으로 줄였다.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1세로 전년(52.9세)보다 한 살 가량 낮아졌다.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는 젊은 인재를 중용한다는 인사원칙으로 구성원들의 성취동기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KT측의 설명이다.

 

복수사장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실적을 극대화함으로써 실용주의 경영전략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 수시인턴채용제로 전환, 인재관리에서 실용주의적 혁신 안착시켜야

 

인재관리 면에서도 실용주의적 혁신을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구 사장은 이미 신입사원 채용 절차에도 큰 변화를 줬다. KT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공개 채용으로 총 540여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했지만 올해부터는 수시·인턴 채용을 도입한다. 이는 민영기업인 KT가 인재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하기까지는 18~26개월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은 교육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3년 발표한 대졸 신입사원 1인당 교육비용은 평균 5960만원, 대기업은 8630만원에 육박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올해 기준으로  신입사원 1명당 교육비용은 1억2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측의 추정치이다. 

 

KT가 33년만에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6주의 인턴기간을 거쳐 정직원 전환여부를 결정하는 ‘수시 인턴 채용제’를 선택했다.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대신에 부서별로 전문 인력을 수시로 뽑을 수 있게 됐다. 정기공채로 인한 과도한 비용을 감축하고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뽑아서 쓰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이다. 

 

■ 실용주의 끝은 '미래 먹거리' 만들기···구 사장의 경력은 '파괴와 창조'에 부합

 

실적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일이다.  특히 KT는 이동통신이라는 전통적 시장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ICT 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구사장의 주요 경력은 '파괴와 창조'로 상징되는 혁신을 통한 미래먹거리 만들기에 부합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해 1987년 KT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는 2007년 KT 전략CFT그룹 전략1담당 상무 대우로 임원에 오른 후 KT 개인고객전략본부장, KT T&C부문 T&C 운영총괄 전무,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및 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구 사장은 전략 및 기획에 관해서 실질적 영향을 행사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 중에서도 2009년 통신업계 최대 화두였던 KT-KTF 합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16년 9월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인 ‘나스미디어’를 인수하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구 사장이 유료방송 M&A, 미디어 사업 확장 추진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IPTV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만큼 통신 분야 외에도 미디어 사업 등에서 경영 수완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구 사장이 커스터머 부문장 시절 거둔 성과도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KT는 IPTV에서 가입자 700여만명을 확보하며 유료방송업계 독보적 1위 기업이다.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와 합한 단순 수치로는 국민 5명 중 1명이 KT의 유료방송 플랫폼을 이용 중이다.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미디어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KT를 제외한 두 이동통신사가 미디어 사업 부문에서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KT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격화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구 사장이 KT의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구현모 사장 학력 및 경력 요약[표=뉴스투데이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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