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코로나19에 관광산업·항공업 대규모 투자 제동?
재무부담 가능성…예상실적·투자계획 조정 불가피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코로나19 여파가 심화됨에 따라 관광산업·항공업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투자금융(IB)부문 확대에 집중해온 미래에셋대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국내 증권사 중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이란 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해외 호텔 등 부동산대체투자 뿐 아니라 관광산업과 항공업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관광산업과 항공업에 경제적 타격이 집중되면서 미래에셋대우의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일 자사주 약 470억원을 매입 후 소각하는 등 선제적으로 주주 보호와 주가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미래에셋대우의 관광산업·항공업 투자의 예상실적과 계획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비전…잇다른 해외 대규모투자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현지법인 자기자본 규모는 2019년3분기 기준 3조7697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홍콩 현지법인은 자기자본 총액의 66%(2조4878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현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 경영전략 고문직을 겸하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비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의 해외사업 부문은 박 회장이 도맡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글로벌 비즈니스에 전념하겠다는 결정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운용사 ‘글로벌 X’ 인수 이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의 일환으로 지난해 58억달러(약 6조9142억원)를 투자해 미국 5성급 호텔 15곳을 인수했다. 이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에서 체결한 대체투자 인수계약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는 관광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산 박 회장의 투자전략에 따른 것이다. 관광산업이 성장하면 자연히 호텔업 역시 호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대우는 관광산업과 긴밀한 연계가 있는 항공업 투자에도 진출했다. 작년 말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했으며 1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와관련,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강도높은 규제를 예고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를 대안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의 관광산업 투자 활성화에 대해 부동산PF에 강점을 갖고 있는 미래에셋대우가 정부 규제에 따라 투자 부문을 다각화한 것으로 풀이했다.
■ 해외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치 하락…재무부담 가능성 높아져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래에셋대우가 해외 호텔 등 부동산에 투자한 자산가치도 단기적으로 하락할 위험에 직면했다.
관광산업의 정체는 호텔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유사시 매각을 통해 자금 회수가 가능한 실물자산 투자의 장점이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금융업계는 미래에셋대우가 인수한 미국 호텔 15곳의 재판매(sell-down) 규모가 종전의 인수가격보다 7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이 경색돼있는 상황에서 재판매 자체가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이에 더해 호텔롯데의 상장이 어려워지며 기업공개(IPO)를 주관해 실적을 쌓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코로나19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기관투자자의 참여도 저조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가 항공업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항공기 리스사 설립을 통해 관련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여객 수요의 급감은 아시아나 인수를 시작으로 항공기금융에 본격 진출하려 했던 당초 계획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미국 호텔 인수가 미래에셋대우에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예상 실적과 투자 계획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있긴 하지만 투자계획을 대대적으로 변경하는 등 큰 변화를 논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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