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3.24 06:32 ㅣ 수정 : 2020.03.24 09:47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다양한 정보가 넘실대는 영상의 바다는 남녀노소, 개인과 기업, 직종을 불문하고 거대한 미디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무수한 영상의 홍수 속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눈길을 끄는 유튜브 채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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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이번에 소개할 유튜버는 ‘박막례 할머니’다. 박막례 할머니는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유튜버다.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 구글 CEO 순다 피차이, 러쉬 창업자 로웨나 버드 등과 만나고 BBC 메인에 소개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도, 집에서 비빔국수를 비벼먹는 ‘우리 할머니’의 친근함과 유쾌한 에너지가 넘친다. 손녀 김유라PD의 애정이 가득 담긴 운영이 더해 ‘할머니가 즐거운 일을 하는’ 이 채널은 젊은 세대의 ‘편들(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3월 23일 기준 구독자 수는 121만 명이다.
■ 박막례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만드는 즐거운 기록’
박막례 할머니 채널은 할머니를 생각하는 손녀의 마음으로 시작됐다. 치매위험선고를 받고 걱정하는 박막례 할머니를 위해 김유라PD는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딱히 치매에 치료법은 없었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 내 존재가치를 아는 것, 그리고 내일 뭘 해야 할지 이벤트가 있는 날들을 보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김유라PD는 할머니와 새로운 이벤트로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가지 일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어서, 회사에서 휴가를 주지 않자 사표를 내고 할머니와 호주여행을 떠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두 사람의 호주 여행기 영상 기록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후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보는 채널이었다가 ‘치과 들렸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영상이 화제가 되며 단시간에 15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콘텐츠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김유라PD의 솜씨로 프로 유튜버같은 영상 썸네일, 감각 있는 자막과 구도를 갖춘 영상에 주인공이 ‘할머니’인 의외성이 합쳐 독보적인 개성을 갖춘 채널로 떠올랐다.
채널이 많이 성장했지만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운 기록을 만드는 것’이라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아직도 모든 제작을 김유라PD가 도맡는다. 고될 것 같지만 오히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적성에 맞아 즐겁다고. 스폰싱이나 광고를 받을 때도 최대한 할머니를 배려해 선택한다.
채널이 사랑받는 이유는 손녀의 서포트 덕분만은 아니다. 박막례 할머니 본인의 스타성도 눈부시다. 구수한 말투와 유쾌하고 직설적인 성격, 재치 있는 말솜씨, 식당경력으로 다져진 요리솜씨까지 매력이 넘친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고생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세월만큼 깊어진 연륜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동시에 화보 모델, 디자이너, 패러글라이딩, ASML, 뷰티, 요리, 먹방 등 손녀가 가져온 무수한 콘텐츠를 재미있게 소화하고, 인스타그램으로 편들과 직접 소통하는 오픈 마인드까지 갖췄다.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의 영상을 소개한다.
■ 할머니의 요리내공! 막 만드는 비빔국수 레시피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서 670만뷰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다. 나훈아 콘서트에 다녀온 할머니가 비빔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포착되어 레시피 요청이 쇄도했다. 국수를 삶으며 애호박과 당근을 같이 익혀버리는 시원스러운 스타일이 포인트. 양파, 쪽파, 방울토마토, 오이, 묵은 김치를 채 썰어 참기름, 간장, 식초, 고춧가루, 통깨, 다진마늘, 소금에 무치고 국수를 함께 비벼내면 완성이다.
정확한 계량 없이 모든 재료를 감으로 넣는다. 과정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할머니가 식당을 경영하며 쌓은 요리 내공을 볼 수 있다. 비빔국수 레시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 잔치국수, 간장비빔국수 영상도 화제가 됐다.
■ 순다 피차이 구글 CEO과 포옹..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박막례 할머니는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와 만난 데 이어 이번에는 구글 행사에서 CEO 순다 피차이와 만났다. 수잔 보이치키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것처럼, 순다 피차이 측도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박막례 할머니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처음 보는 순다 피아치를 와락 끌어 안았다. 순다 피차이는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이야기는 제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박막례 할머니를 스타라기보다 사회현상으로 바라본다. 고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고, 노년층이 IT시대에 소외되는 것도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의 한 할머니가 디지털을 통해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그들은 할머니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영감을 얻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