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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에게 들어본 유가폭락 ‘손익 방정식’, 양대 변수 충돌해 예측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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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갑
입력 : 2020.03.19 07:27 ㅣ 수정 : 2020.03.20 16:32

미 세일업체 도산과 석유제품 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은 복잡한 함수관계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국제유가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국내 4대 정유사가 복합적인 변수들 앞에 고심하고 있다.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셰일 업체들의 위축으로 인한 정제마진 증가가 기대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수요를 가로막고 유가 폭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4대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이다.

 

국제유가는 지난주 금요일 하루 소폭 반등한 이후 이번주 들어 폭락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배럴당 28.7달러를 기록하면서 30달러선이 무너졌고 이튿날 북해산 브렌트유도 28.73달러로 20달러선에 진입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30.83달러를 나타냈다.

사우디아라비아 하스바 유전 모습 [사진제공=사우디 아람코]
 

정제마진도 줄었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시장에서 두바이유에 대한 휘발유 정제마진은 전날 배럴당 8.84달러보다 0.06달러 떨어진 8.78달러를 나타내 지난달 2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항공유 역시 배럴당 4.71달러에서 하루 만에 0.89달러 하락한 3.82달러를 나타냈다.

급격한 저유가 추세가 정유사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두 가지 변수로는 △유가 변동과 직결된 원유 재고의 평가손익 △유가 하락에 따른 시장의 석유제품 구매력 변화 등이 꼽히고 있다. 같은 변수라도 불리하게, 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는 상황이다. 

 

4대 정유사중의 하나인 현대오일뱅크측으로부터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손익계산서'와 향후 대책 등에 대한 입장을 청취했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18일 “유가가 워낙 변수가 많고 세계 경기 이런 것에 되게 민감한 품목이다. 그래서 엄청 변동이 심한 상품이다”라며 “모든 게 맞물려서 어디는 유리하고 어디는 불리해져서 어느 쪽으로 작용할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 유가 폭락으로 재고평가 ‘손해’ VS. 美 셰일업체 몰락하면 국내업체 '반사이익’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부분은 정유사의 실적 수치 중 재고평가 손익이다. 이전에 원유를 구입한 가격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이미 구입한 원유를 밑지고 산 것처럼 회계장부에 기록되는 원리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덜 봤다면 회사가 손에 쥐는 이익인 정제마진도 줄어든 수치로 계산된다. 현대오일뱅크도 국제적인 정제마진 하락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제마진은 내려가 있다. 재고손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라며 “싱가폴에서 발표하는 정제마진은, 동남아에 위치해 있어서 중동과 가깝다. 그래서 당월 비중이 높고 우리나라는 극동에 위치해 있으니까, 중동에서 머니까 20여일이 걸리니까 전월 원유 비중이 높고, 그 차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유가 폭락 자체가 하락폭을 스스로 상쇄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나 위축되면 석유 공급이 줄고 가격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암석층에 스며든 천연가스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추출해 내는 제품을 가리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8일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 ‘콘초 리소시스(Concho Resources)’가 올해 지출을 25%(한화 약 9974억원)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17일 미국 정유사 엑손모빌도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셰일의 몰락’도 언급되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시작된 셰일 붐은 미국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에 막대한 원가경쟁력을 제공했으며, 이는 아시아 업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었다”라며 “미국 셰일업체의 투자 및 생산량 축소, 신용 리스크는 결국 미국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기술했다. 고유가시대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셰일가스로 원유를 정제해온 미국정유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국내 정유 4사는 반사이익을 보게 되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셰일가스 업체가 쓰러지면 공급 쪽에 차질이 생기고 유가가 오르면 평가손실을 메꾸어주므로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셰일 도산·코로나19는 '수요 악재’ VS. 저렴한 기름값은 '수요 호재’

 

유가폭락과 수요공급의 상관관계도 한 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셰일가스도 모든 것과 연관돼 있다. 셰일가스 업체가 망하면 미국 경기가 안 좋아진다”라며 “미국에서 소비가 줄어드니까 석유제품 소비도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또 금융위기가 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셰일가스 기업들의 도산이 미국 경기에 타격을 주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17일 미국 내 에너지 분야 투자 채권의 전망과 관련해 “투자적격 채권 등급이 강등되면서 투매로 이어질 소지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은행 등이 이 분야 투자 실패로 돈을 떼이면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공급 측면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저유가 추세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전통적으로는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증가 효과가 한동안 없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일반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유가가 내리게 되면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구매력이 높아지고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라며 “제품 가격이 내리게 되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그래서 정유사는 또 호황을 맞고, 그렇게 움직였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장기적으로 약간 다를 거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보통은 그렇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8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3월 월간보고서에서 2020년 원유 수요 성장 전망치를 0.9MBPD(일간 1000배럴) 하향조정했다. 2020년 원유 수요 전망치는 99.7MBPD가 될 전망”이라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을 선언했고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원유수요 하향조정 가능성이 크다”라고 기술했다.

유가 하락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원유 감산 협상이 결렬돼 유가 폭락을 초래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입장을 굽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칼리드 알다바그 사우디 아람코 최고재무책임자는 17일 각각 감산에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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