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인 자본이 유출하는 등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아 외환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외화예수금’을 확충하는 양적 확대 △‘커미티드 라인’ 확대를 통한 외환확충 구조 공고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위기 극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 주요 은행들이 외화조달에 힘쓰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외거래에 필요한 국제통화 조달이 어려워지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외화조달이 어려울 경우 국내 은행은 외화채권 발행에 어려움이 생겨 은행의 외화자산에 손실이 생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외화차입 차환율(신규차입액을 만기도래액으로 나눈 값)이 감소해 신규로 빌려온 금액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보다 적어지면서 외화유동성의 위기를 겪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도 외화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한 스왑시장 수급불균형 완화를 위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19일부터 25% 확대하는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이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 외화예수금 확충,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외화조달 방식
이에 시중은행들은 외화예수금·외화차입금 확충, 외화채권 발행 등의 외화조달 방식 중 유동성이 높은 외화예수금(한국은행 등에 예치하는 외화자금, 외화예금 등)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외화 확충에 나설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외화예수금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들은 모두 2018년 3분기 대비 지난해 외화예수금을 더 늘렸다.
우선 하나은행은 2018년 3분기에 비해 지난해 가장 많은 외화예수금 증가율을 보였다. 2018년 3분기 4조8740억원이었던 외화예수금이 지난해에는 94.4% 증가한 9조477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2조9125억원에서 19%가 증가한 3조4647억원을 기록했고, 신한은행의 경우는 4조2308억원에서 9.1% 증가한 4조617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외화예수금이 2조8356억원에서 0.007%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3~4배가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외화예수금 확충에 집중하는 이유는 상대적인 안정성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화차입금이나 외화사채 등과 같은 시장성 수신(은행이 예금 이외에 판매하는 금융상품)은 대내외 충격에 취약하고 유출입 변동성이 큰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커미티드 라인 확대, 외환확충 구조 공고화
시중은행들은 올해 구속성 있는 은행 간 외화 대출 약정인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확대를 통해 외환확충 구조를 다지는 데 힘쓸 방침이다.
은행들은 커미티드 라인을 맺은 글로벌 금융사로부터 약속한 한도 내에서 외화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난달 28일 약 6000억원 규모의 원화·엔화 커미티드라인 증액을 계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2019년 10월 크레디트스위스(CS)와 12억달러에 달하는 커미티드 라인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2019년 기준 국내 시중은행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앞선 은행 관계자는 “커미티드 라인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꾸준히 확대해왔기 때문에 긴급하게 외화조달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와 같은 시중은행들의 외화조달을 위한 양적 확대나 구조 확충에는 유연한 대응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화채권의 경우, 은행들의 만기일이 몰리면 차환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만기구조를 적절히 분산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