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현장에선]삼성전자, 초유의 노조 개별 임금협상···‘온건’ 노사협의회까지 강경모드

김태진 입력 : 2020.03.12 16:26 ㅣ 수정 : 2020.03.14 07:01

1노조·3노조, 임금피크제·포괄임금제 폐지 등 무리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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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로고 [그래픽 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사실상 폐기한 가운데 2020년 임금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임금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사측에 우호적이었던 노사협의회가 사측의 제안을 거절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의 개별 협상권이 처음 인정돼 협상 테이블까지 늘어났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회사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면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가 대표 교섭권을 요구할 수 있다. 과반을 보유한 노조가 없으면 회사는 복수의 노조에 대해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도록 요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2곳의 노조(제1노조·제3노조)가 개별 협상권을 신청하자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였다. 공동교섭단을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개별 협상을 선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연결에서 “개별 협상 선택 이유가 준법경영강화의 일부인지는 모르겠다”며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에 의한 결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 함께 공동선언문을 통해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그룹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도 이 부회장이 직접 표명하라고 제시했다. 삼성전자 내 노조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와 4개 노조 임금 협상안[표=뉴스투데이]
 

 

제2노조·제4노조는 별다른 협상 움직임 없어

 

제1노조는 2018년 3월에 설립 인가를 받았고, 제2노조·제3노조는 2018년 8월에 출범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까지 구성원이 2명, 3명, 3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노조이기에 전체 사업장을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로 인해 지난해 단체교섭을 제외하고는 유명무실한 노조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16일 삼성전자 최초로 대규모가입 기구인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제4노조)가 출범하면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국 단위(한국노총·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들어서는 것은 1969년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제4노조 구성원은 대략 5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협상 신청이 받아들여진 제1노조와 제3노조는 높은 임금 인상률, 임금피크제·포괄임금제 폐지,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 인상 등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 제2노조는 아직까지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제4노조 또한 아직 개별협상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제4노조 진윤석 위원장은 “단기적 목표는 조합원 1만명을 최대한 빨리 돌파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규모 증대 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최근 5년 영업이익 1억원 당 근로자 수[자료=사업보고서/그래프=뉴스투데이]
 

노사협의회, 영업이익 전년보다 52.84% 하락에도 높은 임금 인상률 요구

 

삼성전자 사측과 직원 대표들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는 1980년 최초로 구성된 기관으로서,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 복지 증진을 사측과 논의한다. 노조가 노사 힘의 균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노사협의회는 노사공동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지난해까지 임금협상을 단독으로 진행한 노사협의회는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노사협의회와 △2015년 동결 △2016년 2% △2017년 2.9% △2018년 3.5% △2019년 3.5%의 임금 인상률에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는 노사협의회가 기존과 다른 강경한 태도로 임금협상에 임하고 있다. 이는 4개의 노조를 의식해서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소폭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사협의회는 더 큰 폭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며 개별협상 중인 2곳의 노조와 의견을 같이 했다. 결국 임금협상은 한 차례 중단됐다.

 

이같은 노사협의회의 주장은 2018년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임금인상률이 3.5%로 동일했던 점과 지난해 실적이 선방했던 점을 근거로 두고 있다. 실적은 주로 매출총액에서 매출원가·판매비·일반관리비를 제외한 영업이익으로 평가된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근로자 임금과 직결된다. 영업이익 감소로 실적 악화를 겪는 회사들이 임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나서는 이유다. 그로 인해 영업이익 1억원 당 고용된 근로자 수로 임금 지급 여력 파악이 가능하다. 이 수치가 하락할수록 영업이익 1억원을 적은 근로자가 나눠가지기에 근로자 1인이 평균적으로 지급받는 임금이 상승하는 셈이다.

 

최근 5년 간 영업이익 1억원 당 근로자 수는 △2015년 0.37명 △2016년 0.32명 △2017년 0.19명 △2018년 0.17명으로 매해 감소세에 있다. 이같이 회사의 임금 지급 여력이 상승해왔기에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률이 증가했던 것이다.

 

지난달 1월30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이 27조7700억원으로, 전년(58조8900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2019년 영업이익 1억원 당 근로자 수의 추정치는 0.38명이다. 2018년보다 크게 상승했다. 또한,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만큼 노사협의회의 큰 폭의 임금 인상률 증가 요구는 무리한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문제로 삼성전자의 올해 임금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연결에서 “올해든 작년이든 교섭을 안 했던 것도 아닌데…”라며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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