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카카오톡' 주치약사' 매디스캔, 모노라마 김창호 대표는 ‘정밀의료 서비스’ 정조준
4차산업혁명시대에 기존 직업에 종사하는 인간은 ‘상실 위기’에 봉착해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산업 종사자들이 '신주류'가 되고, 산업화시대의 직업들은 소멸된다는 예측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미래 주류직업의 실체와 인재상은 무엇일까. 뉴스투데이는 신주류 직업 종사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5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다.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아 머리가 복잡할 때가 많다. 약 먹는 시간을 제때 지켜야 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먹는 약의 이름도 기억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A씨는 최근 약국을 통해 ‘메디스캔’이라는 서비스를 알게 됐다. 메디스캔을 이용하면 복용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할 수 있다. 처방전을 사진으로 찍어두면 자동으로 데이터가 축적되고, 약의 부작용도 기록할 수 있어서 의사·약사와 상담 시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메디스캔을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카카오톡 창에서 ‘메디스캔’을 검색해서 채널을 추가하고, 개인정보제공 동의와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면 된다. 서비스 포맷에 약을 먹는 시간 등을 입력해 알람을 설정하고, 처방전을 사진으로 남긴다.
설정 시간에 맞춰 ‘A님 o월oo일 조제약을 복용하세요’라는 카톡 알람이 온다. 복용했으면 ‘복약 확인’버튼을 누르면 된다. 한 주에 한 번씩 약의 부작용도 확인한다.
A씨는 “메디스캔을 이용하면서 약을 깜빡하고 거르는 일이 없어졌다”며 “저번에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메디스캔에 저장해둔 복약 정보를 의사와 약사에게 보여주었더니 복용하던 약과 같이 먹어도 문제없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
A씨는 이어 “약 복용 후 생기는 부작용도 메디스캔 서비스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체크해뒀는데, 얼마 전 주치의를 만나서 진료를 받을 때 이를 요긴하게 활용했다”며 “결국 나에게 더 잘 맞는 약으로 처방을 바꿀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메디스캔은 일차적으로 의사와 약사의 복약지도를 돕는 서비스다. 복약지도란 환자가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고, 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의사나 약사가 지도하는 것을 말한다. 메디스캔에 축적된 한 개인의 처방전 데이터는 의사와 약사에게 자세한 복약 정보를 제공해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복약지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 복약 알림 기능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개인 맞춤치료를 가능케 하는 ‘온라인 주치약사’ 역할까지 한다고 볼 수 있다. 매디스캔은 결국 개인의 복약 역사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와 의사에게 새로운 투약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3법이 7월부터 시행되고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해지면 이 같은 '마이데이터'는 방대한 빅데이터로 진화할 기회를 잡게 된다.
매디스캔의 개인의 약력에 대한 빅데이터의 중심으로 자리잡게된다면 병원은 물론이고 국내외 제약사들도 매디스캔의 빅데이터를 구매하려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복약 알리미' 서비스처럼 보이는 매디스캔은 새로운 시장의 출현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인 셈이다.
메디스캔, 애플리케이션 대신 접근성 좋은 ‘카카오톡 채널’이용
처방전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이면 데이터 저장 완료
메디스캔처럼 국내 복약지도를 돕는 서비스는 많다. 그러나 메디스캔은 이들과 달리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처방전 내용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데이터 보관이 되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1월 메디스캔을 출시한 모노라마의 김창호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령 만성질환자를 주 타겟으로 설정한 만큼, 디지털기기 접근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최대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별도의 앱은 복잡하니 누구나 이용하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접근하고, 처방전 내용을 일일이 입력하는 방식이 아닌, 처방전을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자동으로 데이터화 되는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복약지도 서비스는 메디스캔이 유일하다. ‘비전AI’기술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사진을 찍으면 그 내용을 자동으로 자료화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명함 앱 ‘리멤버’에서 명함을 인식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리멤버는 작은 명함을 인식하는 정도의 기술만 필요하지만, 처방전을 판독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다”며 “인식해야 하는 면적도 더 크고, 처방전에 있는 내용도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음성인식 서비스도 지원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으로 복약 체크와 기록 확인 등이 가능하다.
기계설계 전공자인 김창호 대표 “IoMT 관련 프로그래밍 하다가 의료데이터 사업 구상”
“의료 전문가 없어 투자에 어려움 겪기도”, “처방전 샘플 100여개 구하는데 1년 반 걸려”
김 대표는 원래 기계 설계를 전공했지만, 군대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프로그래밍 쪽에서 이력을 쌓게 됐다. PTC, MSC Software 등에서 근무하면서 프로그래밍 기술을 빠르게 습득했다. 창업계획이 있던 김 대표는 2015년 회사를 나온 뒤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의료데이터 관련 사업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
김 대표는 “창업 후 회사가 어려워지던 시절, 아웃소싱 업무로 의료사물인터넷(IoMT, Internet of Medical Things) 관련 프로그래밍을 맡게 됐다”며 “그 과정에서 이런 수동적 업무로는 회사에 득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아이디어가 떠올라 의료데이터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메디스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정부지원금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메디스캔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 3억 중 2억 5000만원이 정부지원금이다. 자연어 챗봇기술과 비전AI 기술에 각각 1억 1000만원을 투자받고, 기타 연구개발(R&D) 비용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문제는 기술적 역량은 갖춰졌지만, 의료 지식이 부족한 것이었다. 김 대표는 “투자유치 할 때 투자자들이 약사·의사가 있냐고 물었다”며 “관련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만드는 프로세스가 의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 김 대표는 수많은 의사·약사와 인터뷰를 해야 했고, 그때마다 전문가와 상의하며 프로세스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상근 의료전문가를 모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회사 수익구조로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데이터 확보도 어려웠다.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처방전은 노출을 꺼리는 개인정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처방전 사진을 자료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처방전을 샘플로 가지고 있어야 했다”며 “병원이나 약국에서 일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므로 지인들의 처방전을 하나씩 모으는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런 방법으로 1년 반 동안 100여 개의 샘플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약국에 태블릿 PC 설치·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통해 메디스캔 사용 가능
처방전 데이터로 타겟팅 이커머스 가능, 규제 완화되면 데이터 가공 판매 수익도
우여곡절 끝에 김 대표는 지난 1월 16일 메디스캔 서비스를 출시했다. 먼저 약국에 태블릿 PC를 설치해 약국 이용객이 바로 처방전을 현장에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3월 11일부터는 카카오톡 채널을 오픈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150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최대한 올해 안에 국내 1000여 개 약국에 태블릿을 설치한다는 게 김대표 계획이지만, 약사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보았듯 위험성 높은 만성질환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가운데, 복약지도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며 “약사가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복약지도를 하는 ‘주치약사’의 역할까지 수행하기 위해서는 메디스캔 같은 복약지도 도우미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김 대표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위주로 홍보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서울바이오허브라는 곳에 스타트업 인튜베이팅 기관이 있다”며 “여기서 동영상 제작, 언론 보도 홍보를 도와주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유투브 광고도 해볼까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앞으로 약국과 제휴를 맺게 되면, 월별로 태블릿과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 제약사 광고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메디스캔이 개인 처방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특정 타겟층을 대상으로 한 이커머스도 가능할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봤다.
김 대표는 “앞으로 데이터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처방전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가공해서 거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제약사는 타겟층을 정확히 한 마케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R&D과정에서 임상 대상자 모집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허용만 된다면 메디스캔의 축적 데이터가 아주 가치있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사물인터넷(IoMT) 활용한 ‘정밀의료’ 서비스가 목표
메디스캔을 출시한 김 대표의 최종 목적은 ‘정밀의료’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정밀의료란 개인의 유전체 정보, 임상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을 통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현재 수집하고 있는 처방전 데이터와 함께 의료사물인터넷(IoMT) 플랫폼을 통한 생활습관 정보 등을 결합해 ‘정밀의료’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 법에 저촉돼 개시하지 못하지만, 의료사물인터넷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관련 플랫폼도 만들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