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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최연소 임원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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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입력 : 2020.03.10 18:29 ㅣ 수정 : 2020.03.11 18:33

입사 후 임원 경쟁률은 100대 1, 미스트리는 최연소 기록 2번 작성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2020'에서 프리나브 미스트리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전무가 네온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꿈의 직장'이다.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노려볼만한 기업이다.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이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D램 및 낸드플래시같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약간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평범한 한국의 청년 입장에서 삼성전자 입사는 '돈'과 '명예'를 함께 얻는 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임원이 되는 길은 더 멀고 험난하다. 입사 이후에 최소한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승자가 돼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분석업체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가 지난해 11월 25일 발표한 100대 기업 직원수 대비 임원 비율 현황 분석에 따르면 한국대기업의 임원 수는 직원 100명당 0.8명 꼴이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한 외국인이 삼성전자에서 30대 초반에 상무를 달고 몇 년만에 전무로 파격승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21일 삼성전자가 실시한 '2020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가 된 프라나브 미스트리(1981년생·만 39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싱크탱크(Think Tank)팀장이 바로 그다. 삼성전자 최초의 30대 전무이다.

 

미스트리 전무는 삼성전자 입사 2년 만인 2014년에도  삼성전자 최연소 상무로 발탁됐다. 당시 만 33세였다. 올해 전무로 승진함으로써 삼성전자 최연소 임원 역사를 다시 고쳐 쓴 셈이다. 물론 오너 일가를 예외로 한 기록이다.

 

미스트리 전무의 대표적인 실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 새 모델 제안, 360도 3D 영상 촬영 카메라 등 혁신 UX 개발 등이 있다. 최근에는 CES2020에서 화제가 된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가 이끄는 싱크탱크팀은 SRA 11개의 개별 랩(Lab) 중 하나로, 미래지향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끄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기관인 것이다.

 

미스트리 전무를 통해서 본 삼성전자 최연소 임원의 자질은 4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표=뉴스투데이]
 
 

①MIT 미디어랩 출신의 공학도, 경영자의 전제조건

 

한국사회에서 최상위권 인재는 의대에 진학하는 게 불문율이다. '전국의 의대, 치대,한의대 모두 다 채우고 그 다음에 서울대 공대'라는 푸념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한국적 현실이다. 반면에 미스트리 전무는 전형적인 공학도의 길을 걸어온 인재다. 인도 출신인 그는 인도 구자라트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후 인도 봄베이 기술 연구원에서 디자인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에서 유체 인터페이스 그룹에서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특히 미스트리 전무가 나온 MIT 미디어랩은 세계적인 미디어융합 기술연구소로 수많은 공학 인재들을 배출해왔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역량을 높이 평가해 2003년에는 MIT 미디어랩과 상호 전략연구 파트너십을 맺어 신제품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한, SRA 구성원들 중에도 MIT 미디어랩 출신들이 많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리 전무를 비롯해 노태문 사장, 최원준 부사장 등 공학도 출신 인사 기용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경쟁력있는 경영인이 되려면 공학지식이 필수조건이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②산업디자인으로 특화된 '융합형 인재'

 

미스트리 전무의 강점은 디자인으로 특화된 '융합형' 인재라는 점에도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가는 인재는 기술적 상상력을 시제품으로 구체화시키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탁월한 기술도 빛을 보지 못한다. '디자인 씽킹'의 대가로 알려진 래리 라이퍼(Larry Leifer) 미 스탠퍼드대 디자인 센터장은 올해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미스트리 전무도 유사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미스트리는 인도 봄베이 기술 연구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전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산업디자인은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의 형태적인 여러 특질을 결정하는 조형활동이다. 이 때 디자인은 사회적, 상업적, 심미적 특징에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그로 인해 산업디자인은 사회학 ·최신기술 ·경제학 ·환경공학 등과 연관된 종합학문으로 불린다. 즉, 단순히 디자인을 넘어서 인접 학문과의 유기적인 협조에 의해 포괄적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 분야인 것이다. 단순 공학도에 머물지 않고 폭넓은 산업 전반의 지식까지 겸비한 점이 특A급 인재의 특징이다.

 

 

③TED '식스센스' 강연에서 발휘된 창의성

 

미스트리 전무는 전문 지식뿐 아니라 '창의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스트리 전무는 2009년 11월 TED '식스센스'(Sixth Sense) 주제 강연자로 나선 이후 글로벌 스타 과학자로 부상했다. 식스센스는 4개의 손가락에 다른 색깔의 테이프를 붙이고 목걸이 형태의 카메라와 프로젝터를 달고 있는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다.

 
식스센스 기술을 소개하는 영상을 통해 사용자가 손가락을 움직이면 벽에 화면이 나오고 허공에서 손끝으로 컨트롤하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선보였다. 벽뿐만 아니라 책, 신문, 옷, 팔목 등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표가 끝나자 TED 관객들은 기립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프라나브 전무는 당시 단 5개월만에 350달러를 들여 식스센스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기존에 물리적 한계를 넘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스트리 전무는 '천재 과학자'로 인정받았고 2009년 MIT테크놀로지리뷰가 발표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인' 명단에 뽑혔다.
 
미스트리 전무가 속한 SRA를 설명할 때 '발견이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문구가 쓰인다. 그중에서도 신사업 관련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싱크탱크팀장 전무 임명에는 미스트리 전무의 '창의성'이 기여했다.
 
 
④ 'AI 갈증'을 채워주는 'AI' 전문가
 
삼성전자는 미래 기술 중에서도 인공지능(AI) 인재에 대한 갈증이 가장 절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비단 삼성전자만의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일류기업 모두의 갈증이다. 미스트리 전무는 지난해 9월 사내 벤처 스타랩스(STAR Labs)를 설립했다. 스타랩스는 곧바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에 탑재된 '코어R3'를 선보이며 AI 실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I를 4대 미래 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또한,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1000명(국내 600명, 해외 4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만큼 AI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두각을 두러낸 미스트리 전무, 마띠유 아포테커 상무 등은 모두 AI에 기여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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