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이려던 현대카드, 코로나19로 무의미해진 ‘IPO 연기’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카드이용액이 감소함에 따라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던 현대카드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현대카드는 동남아 시장 진출과 인공지능(AI) 기반의 고객 맞춤형 시스템 도입을 통해, 유의미한 실적을 기대하며 IPO를 미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기업 활동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IPO 연기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2019년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IPO를 추진해왔다. 현대카드가 IPO를 진행한 까닭은 2년 전 지분 투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는 2019년 말, IPO를 진행할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본격화했다. 특히 올해는 기업 공시자료 제출이 끝나는 3월이 지난 후 대표 주관사와 향후 IPO의 절차 및 시기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IPO 시기에 대해 “IPO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2021년까지는 상장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의 IPO 연기 이유는 사업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해주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상장에 속도를 내기보다 투자금 대비 일정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꼽는다.
이에 정 부회장은 2019년 동남아 시장 진출과 올해 출시 예정인 AI 기반 고객 맞춤형 시스템 도입을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계획이었다. 또한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초 맞춤형 서비스 분석 툴인 D-Tag를 구축했으며 올해는 이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때문에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외신이 보도한 기업 가치 21억달러(약 2조4370억원)보다 “아마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이 같은 기업 전략이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로 신용카드 거래액 급감·시장 불안정, 공모가 산정에 불리
올해 초부터 전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1일부터 23일까지 8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은 28조2146억원으로, 1월 한 달 승인액 51조3364억원보다 무려 45%나 감소했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했던 2월 셋째 주 오프라인 승인액은 7조2686억원을 기록했다. 2월 둘째 주의 7조9570억원보다 8.65%가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승인액은 같은 기간 2조1111억에서 2조2817억원으로 8.1%가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2018년 대규모 오프라인 쇼핑센터인 코스트코와 제휴를 맺는가 하면, 올해 3월에는 대한항공과 제휴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하고, 해외 항공권 이용이 줄며 사용액도 감소하고 있어 현대카드가 큰 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카드가 이번 상반기에 IPO를 진행한다면 지난해 영업력 약화로 수익성이 부진했던 탓에, 목표 공모가 만큼 인정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일정으로 상장을 추진한다 해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35일 룰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만큼 공모가 산정도 불리하다.
주관사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공개 일정에 차질이 있는 건 맞지만, 현재 IPO 연기에 대해 이야기된 건 없다”며 “현대카드 이외 타 기업의 IPO 역시 코로나19로 일정이 얼마나 밀릴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일정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는 가에 따라 현대카드의 IPO 일정이 정해지겠지만, 정 부회장의 IPO 연기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이란 계획은 코로나라는 암초로 인해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무의미한 연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