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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 초강경 권고안, 삼성을 ‘어항 속 금붕어’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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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3.07 10:22 ㅣ 수정 : 2020.03.10 04:01

노조,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 소통등 민감한 주제 모두 거론…그 자체가 초강경 내용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위원들이 지난달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준법감시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이하 '준법감시위')가 조만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요 계열사에 대해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권고안의 3대 주제는 노조,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 소통 문제 등이다. 한결같이 민감한 문제들이다. 이들 문제를 모두 거론한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초강경 권고안'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수십년 간 유지되온 무노조경영방침에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론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5일 회의를 마친 후 "이른 시일 내에 권고안을 전달하고 언론에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고안의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물론 준법감시위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쐐기를 박는 분위기이다. 준법감시위는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 진행 등 여하한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준법위 본연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준법감시위의 권고안 방향은 재판에 영향을 주게 돼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준법감시위의 설치 및 실효적 운영을 이 부회장의 '양형 사유'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파기환송심 네 번째 공판에서 “기업 범죄 재판에서 ‘치료적 준법감시제도’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라고 배경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와 특검 간의 기싸움에 대한 '깊은  고민' 담긴 듯

 

'치료적 준법감시제도'를 향후 이 부회장의 양형에 주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 연방법원이 최근 14년 동안 530개 판례를 통해 치료적 사법 판결을 시행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치료적 준법감시제도 반영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특검은 지난달 24일 서울고등법원에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형사1부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를 바꿔달라는 기피신청을 냈다. 재판부와 특검간에 준법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는 문제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검의 기피신청서 제출 2주 뒤인 지난 5일 준법감시위는 3차 회의를 열어 권고안의 방향을 발표한 것이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 주중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권고안의 내용에는 재판부와 특검간의 대결국면에 대한 깊은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고안과 준법감시위의 향후 활동은 '독립성'을 원칙으로 삼는 가운데, “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준영 부장판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라는 성격을 갖기 마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외부기관 운영하는 준법감시위 홈피에 누구나 노조 및 승계 관련 제보 가능

 

재계 관계자, "미전실 없어진 삼성에 준법감시위 시대 열리는 상전벽해 이뤄져"

 

준법감시위가 권고안을 공개할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신고 혹은 제보할 수 있다. 제보자의 익명성을 위해 신고시스템은 외부 전문업체에 의해 위탁 운영된다. 삼성그룹의 임직원 혹은 퇴직자 등이 노조,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 소통 등의 문제에 대해 제보를 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준법감시위의 권고안이나 활동방향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만을 염두에 둔 '면피용 조치'라는 일각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다른 어떤 기업보다 투명한 사회적 감시를 받는 시험대 위에 오르게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가 홈피를 만들어 신고나 제보를 받고 그 시스템을 외부기관에 위탁해 운영한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사회적 감시를 받겠다고 자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삼성그룹 전체를 총수의 의지에 따라 관장하고 움직이는 미전실 시스템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삼성그룹 전체를 사회적 감시의 시스템 속에 위치시키는 준법감시위 시스템이 존재하게 될 것 같다"면서 "이 같은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 것으로 그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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