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쓴 유통업계, “오히려 안 쓰면 민폐”
마스크 착용은 최초…그동안 금기시 했으나 이번에 바꿔
[뉴스투데이=안서진 기자] #백화점 직원인 박희원 씨는 요즘 마스크를 쓴 채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본사에서 내려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안전수칙’에서 임산부 직원은 물론, 판매사원과 고객 접점 근무직원 등 전 직원에게 마스크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끼고 말하는 게 처음에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지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도 직원들은 마스크 없이 민낯으로 고객을 응대하곤 했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지역 사회에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을 응대하는 유통업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은 더는 낯설지 않다.
사실 유통업계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고객에 대한 일종의 실례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손님을 돌림병 환자로 취급하거나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 고객 응대 시 얼굴을 온전히 내보여야 한다는 오래된 유통업 관행 역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곳곳에 세정제 설치는 기본이고 통상적으로 금기시되던 직원 마스크 착용까지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전 유통업계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변화가 매장 직원들과 같은 감정 노동자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및 공중 보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물론 고객 불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브영의 한 아르바이트직원이 “올리브영 직원 및 메이트들이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고 고객 컴플레인이 잇따라서 마스크에 스티커를 붙이게 됐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니까 표정이 안 보여서 불친절하게 느껴진다는 불평이 나와 마스크에 스티커를 붙였는데 머리카락이 자꾸 붙어 아프다”고 토로했다.
또 지난달 2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스타벅스 직원이 “우리도 사람이다. 마스크 왜 썼냐고 벗으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보다 확실히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 초반 당시 확진자가 몇 명 나오지 않았을 때는 마스크 끼고 응대하는 직원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 마스크 써서 죄송하다고 하시는 직원분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 다시 조사해보면 상황이 역전됐을 것이다”면서 “아마 마스크를 안 쓰고 판매원께서 음식을 담거나 손님을 응대하면 왜 마스크를 끼지 않으셨냐고 도리어 묻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것이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기본적으로 현재 ‘심각’ 단계로 감염 상황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직원의 마스크 착용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응대하는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과 더불어 고객들 입장에서도 많은 사람으로 노출된 서비스 판매자가 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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