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예정이율 인하 추진…보험료 상승 예고
[뉴스투데이=이영민 기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삼성생명을 필두로 생명보험업계가 예정이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보험료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영업 현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을 강조하는 ‘보험료 이슈 영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로선 예정이율이 인하 전에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저렴한 비용으로 같은 보장을 받는 방법이긴 하지만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 것처럼 보장 내용과 세부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26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4월 1일부터 예정이율을 0.25%포인트(p) 인하할 예정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할 때 거둬들인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벌어들일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말한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는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돼 그만큼 보험료가 상승하게 된다.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이 0.25%p 내려가면 보험료는 5~10%가 상승한다.
사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부터 일부 상품의 예정이율을 낮추었다. 다만 이번 0.25%p 인하 발표는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을 4월 1일부터 인하하겠다는 것으로 보험료 할증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보험료 할증에 나섬에 따라 교보생명, DB생명, 동양생명 등 기타 생명보험사들도 4월 내 예정이율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사가 예정이율을 인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최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통 상품을 판매해 보험료를 받으면 장기채권으로 자산을 운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안정적인 자산에 자금이 몰려 장기채권의 확보가 어려워진다. 또한 그만큼 수익률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보험사들이 저금리로 인해 장기채권을 이용한 수익 창출이 힘들어지자 예정이율을 낮춘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내 장기채권의 투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해외 장기채권을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장기투자 한도를 총 운용자산의 30%로 제한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이나마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예정이율 인하로 인한 보험료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면서 국내 장기채권 공급률과 수익률이 낮아져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 확보가 어려워져 예정이율을 인하하는 흐름이기에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었다”며 “이번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해 해외 장기투자 한도가 완화된다면 나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다.
예정이율 인하 전 상품가입 가능하지만, 가입 전 약관과 보상 내용 확인 필수
생명보험사들의 예정이율 인하가 예고된 가운데, 4월 전까지는 현재의 예정이율이 적용된 보험료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현재의 보험료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보험료 인상 전 ‘절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직접 고객과 만나 영업을 진행하는 보험설계사들 역시 4월 예정이율 인하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장기 납부를 해야 하는 보험상품의 경우 예정이율 인하로 인한 보험료 인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년 납인 생명보험상품의 경우, 기존 예정이율의 보험료로 120회를 내는 것과 인하된 예정이율이 적용된 보험료로 120회 내는 것은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예정이율이 인하되기 전에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같은 보장상품일 경우,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기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거나 “보험료가 곧 오른다”는 말에 현혹돼 서둘러 가입해선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보험설계사에 의존하기보단 자신에게 꼭 필요한 상품인지 중복된 보험상품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자신에게 불필요한 보장내용은 없는지, 내가 받을 수 있는 지급 금액은 얼마인지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이에 한 보험설계사는 “필드에서 뛰는 설계사들이 예정이율 인하 이슈를 활용해 영업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금 가입하는 것이 예정이율이 인하된 후 가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건 사실이지만 시간에 쫓겨 무턱대고 가입하다 보면 중복보장이나 불필요한 보장으로 인해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