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패러다임 전환]③ 앱티브와 손잡은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플랜, 글로벌 선두기업 정조준

김태진 입력 : 2020.02.20 18:06 ㅣ 수정 : 2020.03.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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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1월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자율주행차 기술 등 미래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 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고정관념보다 빠른 물살 타는 정의선의 '자율주행차' 구상

 

현대차 그룹, 향후 5년 간 자율주행차 및 모빌리티에 100조 투자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자율주행차 구상'은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으로 꼽힌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인 인공지능(AI),빅데이터 경쟁력과 국가적 인프라구축이 결합됨으로서 선두주자가 판가름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강조할 때만 해도 현실화는 요원할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및 소비자들의 변화속도는 고정관념보다 빠르다.

 

지난달 8일 컨설팅업계 딜로이트그룹이 '2020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자율주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비용 지불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 소비자들의 비율은 2017년에 75%였으나 올해는 89%로 증가했다. 더불어 자율주행차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항목에서 불신 정도는 2018년 54%에서 2020년 46%로 감소했다. 자율주행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늘어나는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계획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2일 신년사에서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등 기술 분야에 5년간 100조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 "모든 변화와 혁신의 노력은 최종적으로 고객을 위한 것"이라며 "이동의 진화는 새로운 시간을 만드는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에게 새로운 행복과 즐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또한 지난해 12월4일 발표한 '2025 전략'에서 안전 지향 자율주행을 스마트 차별화 요소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2024년부터 양산 추진 계획을 밝혔다. 미국 폭스비즈니스 뉴스는 "현대차가 자율주행 분야의 최신 경쟁자로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차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 [표=뉴스투데이 김태진 기자]

▶시장 현주소◀ 자율주행차 시장, 2035년이면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

현대차 신차에 자율주행 옵션 탑재, 레벨3 상용화도 가시권

 

지난해 정민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제2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 참석해 "자율주행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오는 2020년대 미국에서의 시장 형성을 시작으로 2025년 60만대, 2035년 2100만대로 각각 전체 신차 비중의 7%, 49%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약 10년 만에 자율주행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출시하는 신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GV80, 그랜저, K5,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있다. 그중 GV80의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HDA2는 기존의 HDA보다 많은 센서를 장착해 자동차선 변경과 끼어드는 차량 대응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레벨3에 해당하는 자동 차로유지 기능을 포함한 부분자율차 안전기준을 세계 처음 도입하고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의 출시와 판매가 가능하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기술 레벨3 적용 차량을 2021년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점◀ 총 8개사와 협력 파트너십 체결해 기술 개발

 

앱티브와 공동 합작 설립, 현대차의 부족한 소프트웨어 기술력 보완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APTIV)는 각각 20억 달러씩 총 40억 달러를 투자해 공동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다. 합작 본사는 관계당국 승인을 거친 후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텔, 중국 바이두, 이스라엘 옵시스 등 총 8개사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다. 반면, 앱티브와의 공동 합작사는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한 방식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앱티브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의 2019년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 웨이모(1위)·GM(2위)과 함께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경쟁력의 관건은 데이터, 센서, 인지 판단 능력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다. 구글 등 IT 업체들이 자율주행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 또한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하드웨어와의 유기적 연결 및 제어가 필수적이다.

 

이 부분에서 현대차와 앱티브의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거대 자본, 제조역량, 생산능력 모두 글로벌 톱 5 수준을 갖춘 현대차그룹과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이기에 양사에게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노이만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맺은 미국 앱티브와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 계약은 정확하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앱티브는 구글(웨이모), GM(크루즈)처럼 IT 업체가 아닌 자동차 기업에서 출발했기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뿐 아니라 전장 부품에도 탁월한 이해력을 지닌 점 또한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로 인해 앱티브와 기술을 공유·개발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한층 상승시킬 계획이다. 특히 앱티브는 운전자 두 손이 자유로운 수준의 자율주행 레벨4~5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궁극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여 시장 선점을 이루겠다는 정 부회장의 전략 실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앱티브와 현대차그룹 역량이 결합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 현대모비스가 CES2020에서 앰비전S를 공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약점▶ 경쟁력 핵심은 결국 자율주행 기술력···특허 건수 도요타의 3분의 1

 

현대차, 자율주행 핵심 부품 수입 비율과 대비되는 국산화

 

문제 역시 자율주행 기술력이다. 현대차그룹이 앱티브와의 시너지로 자율주행 기술력 상승을 계획하고 있지만, 공동 합작사는 관계 당국 승인을 거쳐야 하고 최소 내년에 설립된다. 지난해 정부가 파악한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세계 최고 대비 83% 수준이었다.

 

기술력은 자율주행 특허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지적 재산권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가 조사한 글로벌 자율주행 특허 보유 건수 1위는 도요타(1143건)이다. 포드(1096건), GM(684건)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단 369건으로 6위에 그쳤다. 1위 도요타와는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센서 기술력이 지적받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지난해 제2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 참석해 "현재 일반 완성차 제조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센서 분야에서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 기술 대비 30~8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 협회장은 "라이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카메라 인식 기술은 있지만 상용화할 수준의 사물 인식 기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술 부족의 원인으로 높은 수입 의존도 및 낮은 국내 기술을 꼽은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지난해 '자동차부품 산업 경쟁력 평가 및 발전 방안' 보고서에서 "전기동력·자율주행 관련 주요 핵심부품(전기차의 모터·인버터, 자율주행차의 센서)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로 인해 국내 자율주행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부품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맞춰 산업연구원은 '전기동력·자율주행자동차산업의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고속도로 자율주행 상용화 실시하고, 2021년 9대 핵심 부품 국산화"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센서 기술 개발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며 향후 몇 년 안에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자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중거리 전방 레이더와 전방 카메라 센서를 국내 상용차에 공급할 예정이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인프라 구축 통해 연구개발 및 부품 국산화 경쟁력 지원해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법령 뿐만 아니라 실험 기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상용화 및 자유로운 실험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연구개발 속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2016년부터 10년간 39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교통 인프라 구축에 나섰기에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그에 반해 국내 자율주행차 인프라는 미흡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주요 자동차 생산국의 자율주행차 준비도 지수'에서 한국은 13위이며, 그중 인프라 지수는 단 4점이었다. 한국보다 낮은 순위인 캐나다(12위)와 중국(20위)이 각각 16점, 18점의 인프라 지수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8월 '미래 자동차 등장과 모빌리티 혁신'을 주제로 열린 제109회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 수요포럼에 참석한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센터장은 "미래자동차가 운행되기 위해선 △도로 및 충전소 등의 인프라 △정보를 끊임없이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인프라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주제로 한 관계부처 합동 발표에서 미래차에 관련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2024년에 레벨 4 자율주행차 출시 △2027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구현에 1조7000억 원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부품 국산화·미래화에 2조 원 이상을 공급해 현대차의 부품 해외 의존도 하락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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