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③ 연구개발 패러다임, 기술개발 후 체계개발로 전환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2.20 10:01 ㅣ 수정 : 2020.02.26 08:39

[방산 이슈 진단]③ 기술개발 후 체계개발로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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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한국 국방기술 연구개발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ADD) 홈페이지 일부. [ADD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김종대 의원, “우리는 체계개발에 중점 두고 기술개발은 관심 없어”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4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은 ‘방위산업의 미래비전과 지역경제 기여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회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김 의원은 방위산업 개혁방안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현행 무기체계 연구개발 방식의 개혁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술개발 독점으로 업체의 기술 축적이 어려운데다, 체계개발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체계개발 이후 핵심기술이 개발되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나중에 기술 결함이 발생해 납품 지연, 지체상금 부과, 고용 축소의 악순환으로 전락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지적하며 K2 전차를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와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방산 선진국들처럼 선행연구에 80%, 체계개발에 20%를 투자하여 개념 설계와 기술 식별에 이어 충분한 기술능력이 확보된 다음 체계개발에 착수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방산 전문가들은 김 의원의 주장과 관련, “선행연구란 용어를 탐색개발까지 포함하는 기술개발의 의미로 사용했다면 큰 방향에서 올바른 지적”이라며 “연구개발의 핵심은 기술개발이 돼야 하는데, 우리는 완성품 위주의 체계개발에만 중점을 두고 기술개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기술개발과 무기개발로 구분하되, TRL 6단계에서 무기개발 진입해야

국방획득 업무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연구개발을 기술개발과 무기개발로 구분하되, 탐색개발까지 기술개발 범주에 포함하고, 기술성숙도(TRL) 6단계 수준이 달성되면 무기개발 단계인 체계개발로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작전운용성능(ROC) 충족 문제도 함께 해결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또 “ADD가 핵심기술 집단이라기보다 연구개발 관리감독 조직에 가까우며, 모든 기술개발을 독점함에 따라 업체의 기술축적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미국·이스라엘처럼 업체가 기술축적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에서 최초로 ADD 주관으로 개발 중이거나 착수 예정이던 22개 사업 중 11개 사업을 업체 주관 개발로 전환하는 조치가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 업체 주관 개발이 활성화돼야 업체의 연구개발 능력이 향상되고 수출도 증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행된 조치로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1개 사업 중 일부만 업체 주관 개발로 전환된 데다, 업체가 주관한 사업 대부분이 결국 실패하여 개발비를 반환하게 됨으로써 이 조치에 대한 성과는 거의 없었다. 이후 업체 주관 개발은 기피 대상이 됐다.

 

업체 주관 개발 성공하려면 관련기관 및 군과 원활한 협력 이뤄져야

업체 주관 개발이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다. ADD가 주관하면 개발 비용과 기간을 상황에 따라 충분히 조정 가능했지만, 업체는 정해진 비용과 기간에 맞추어야만 했다. 또 개발 인프라가 부족한 업체는 시험평가를 비롯해 관련기관 및 군으로부터 지원받을 부분이 많은데, 상호 협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방산업체 대표는 “업체 주관 개발이 성공하려면 개발 관련기관 및 군과 원활한 협력이 이뤄져 업체가 개발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을의 입장인 업체가 정부기관까지 이끌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업체 주관 개발이 외견상 그럴듯해 보이지만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 분야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연구개발은 소요를 제기한 군의 요구사항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반영돼 진행돼야 한다”면서 “업체와 군의 기술적 역량이 뛰어나지 못하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OC가 규격으로 발전하려면 개발 과정에서 성능 발전이 상당히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제대로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DD가 기술개발 주관하고, 업체는 개발된 기술로 무기개발 담당해야

결국 현재처럼 ADD 외에는 어느 업체도 개발을 주도할 위치에 있지 않거나 기술적 역량이 미흡해 개발을 주도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방산정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기술개발은 정부가 투자하여 ADD 주관으로 추진하고,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업체가 지금처럼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책부서와 연구기관에 다년간 근무한 또 다른 전문가는 “일부 핵심 구성품을 해외에서 구입해 전략적으로 체계개발을 추진할 분야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이 경우 성능개량 개념을 도입하고, 체계개발에 착수하는 순간 성능개량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업체 주관 연구개발과 관련해서도 “기술과 소요를 판단한 환경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개발기간이 달라지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면서 “업체 주관 연구개발을 지원할 정부 차원의 협의기구가 있어야 업체가 정부기관 및 군, 국책 연구소 등을 이끌고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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