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신학철과 SK이노베이션 김준의 대타협 주목, 배터리산업 미래 달렸다
LG화학과 SK이노의 대타협 주목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 중, 중국 업체들 약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모적 전쟁 중단하고 '선의의 경쟁체제' 구축해야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1년 가까이 지속해온 '배터리 분쟁'을 끝내기 위한 LG화학 신학철 대표와 SK이노베이션 김준 대표 간의 '대타협'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용 배터리 소송전을 담당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제 소송전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이다. ITC의 예비판결이 최종 판결에서 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비용 지출은 '매몰 비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 SK이노베이션은 초기에 LG화학 측과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양사는 ITC의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결정문이 나오는 18일(한국 시간) 물밑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며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면 LG화학 신학철 대표와 SK이노베이션 김준 대표 간의 회동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해 9월 회동한 적이 있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양측이 힘겨루기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던 당시와는 달리 이제 판세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대화의 가닥을 잡아나갈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는 만큼 국내 대표적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연간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기업 CATL이 27.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3위(12.3%), 5위(4.2%), 10위(1.9%)의 순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반도체 시장보다 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사 CEO가 빠른 합의 결단을 내리고 선의의 경쟁체제를 구축할지 여부에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
SK이노-LG화학, 배상금과 특허 구입금 방식으로 합의할까?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몰린 만큼 LG화학과 합의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LG화학은 선의의 경쟁사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이다"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사가 서로 3건씩 소송을 건 상황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은 "갈등은 어쨌든 봉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 또한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 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면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1년간 소송을 진행하면서 지출한 비용만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전 소송이 될 경우 최대 5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소송비용을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것보다는 배상금을 지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효율적이다. LG화학도 추가 비용 없이 배상금을 받고 확실한 재발방지 약속등을 얻는 게 실리적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구체적 합의 방식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배상금과 특허 구입금을 지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LG화학이 중국 배터리 기업 ATL,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 등 2건의 소송에서 일정 보상을 받는 조건으로 취하한 사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배상금 액수로 5000억원이 거론되기도 한다. 앞서 지난해 9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과 적절한 피해보상 방안을 협상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자국 내 '공익성' 강조해 USTR 설득 노력 병행
16일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입장문에서 "결정문을 검토한 후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즉, LG화학과 협상과는 별개로 이의제기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공익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부터 1조9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9.8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조지아주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 투자이다. 더불어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는 SK이노베이션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조지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어필한 적이 있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이 미국 공익성에 주는 영향력이 ITC의 판결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왜 세계 자동차 산업이 한국 기업의 분쟁을 우려하나' 기사에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을 늘리고 싶어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론이 나길 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TC 최종 판결 이전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ITC 판결을 기각할 수 있는 단계가 있다. 이때 USTR은 자국 내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의견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2013년 진행된 삼성과 애플의 '3G 이동통신 특허침해 소송'에서 ITC는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했지만 USTR은 미국 공익성 저해를 이유로 ITC 판결을 거부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공익성'을 중요시 여기는 USTR의 거부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예비 결정이 최종 판결에서 바뀐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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