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1부](1) '맘시터'와 '자란다'가 만드는 '일거리 전성시대', 배움선생님은 최저시급 2배 받아

윤혜림 입력 : 2020.02.17 11:20 ㅣ 수정 : 2020.03.03 14:46

'플랫폼 매칭'의 위력, '일자리' 없어도 '일거리' 통해 안정적 소득 창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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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플랫폼 '자란다'의 교육 현장 [사진제공=자란다]

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놀이시터' A씨와 '에듀시터' B씨, 지인 소개가 아니라 '플랫폼' 통해 일거리 선택

 

'플랫폼 매칭'의 위력, '일자리' 없어도 '일거리' 통해 안정적 소득 창출 가능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놀이시터'로 일하는 대학생 A씨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 근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A씨는 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서 간단하게 손발을 씻겨주고 아이의 어머니가 차려놓은 밥을 챙겨준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기도 하고 영어카드 놀이를 하며 부모님의 퇴근 시간까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 A 씨의 할 일이다. A씨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집 근처에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별일이 없다면 이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전업주부인 B씨는 유치원 보육교사로 일하다 출산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게 됐다. 아무래도 수입이 줄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B씨는 단기 일자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돌봄 플랫폼 앱을 알게 됐고, 벌써 3년째 '에듀시터'로 활동하는 중이다.

 

B씨는 관련 경험뿐만 아니라 보육교사자격증과 아동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시터보다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높은 만족도 덕에 고정적으로 수입이 생겨 이전 직장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맞벌이 부부생활을 하는 C씨는 아이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겨놓는다. 하지만 가끔 퇴근이 늦어질 때면 아이를 제때 데리러 갈 수 없어서 다른 학부모에게 부탁을 하곤 한다. 주변 지인에게 추천받아 시터를 고용할까 했지만,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 비용을 한 번에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고민이 많던 C씨는 휴대전화 앱스토어를 둘러보다 우연히 시터 플랫폼 앱을 보게 됐고, 저렴한 비용으로 등·하원만 도와주는 시터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걱정되긴 했지만, 신원 증빙 자료나 사전 인터뷰 등의 절차가 있어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만족'이었다.

 

A,B씨는 플랫폼 노동자이고, C씨는 플랫폼 이용자이다. 이들의 사례는 육아와 보육의 본질은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방식이 대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업 소개소나 아는 사람을 통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시스템'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거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베이비시터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비정규직으로 꼽혀왔다. 아이 부모의 사정 등으로 인해 해고당하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해야 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A와 B씨의 사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도 안정적 소득 창출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게 된다. 지인의 소개로 얻는 일거리는 불안정하지만, 플랫폼이 존재하는 한 일거리는 선택의 대상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일거리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요일과 시간을 골라서 일을 할 수 있다. 수요자도 마찬가지이다. 원하는 연령대, 경력 등을 지닌 베이비시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플랫폼 매칭'의 위력이다.

 

▲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맘시터'의 정지예 대표 [사진제공=맘시터 / 그래픽=뉴스투데이]

▶ 베이비시터 수요 늘면서 역할 확대...단순 등하원부터 학습, 예체능까지

 

양성평등과 경제적 풍요가 지배적 가치관으로 굳어지면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나 기관을 찾는 건 일상의 풍경이 됐다. 설상가상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학교 개학을 미루는 상황이 지속되자 맞벌이 부모들은 더욱 고민이 크다.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 중 하나가 베이비시터 구직 플랫폼이다.

 

과거 베이비시터는 아이들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등 단순한 보육활동을 수행했다. 종종 책 읽기나 그림 그리기 등도 진행되나 체계적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베이비시터 고용률이 높아지며 시터들의 역할이 더욱 넓어지고 세분됐다. 즉, 단순한 육아 돌봄을 해주는 베이비시터가 아닌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습관까지 잡아줄 수 있는 만능시터가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베이비시터 플랫폼에서는 미술놀이시터·북시터 혹은 과목별로 영어시터·수학시터 등 다양한 분야의 시터를 제공하고 있다. 자녀를 둔 3040 워킹맘은 간편하게 휴대전화 앱을 사용하여 장단기로 자신이 필요한 때에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서비스의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맘시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앱을 설치해야 한다. 이후 돌봄 지역 및 활동을 선택하면 조건에 맞는 회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맘시터]

'맘시터' 정지예 대표, 육아와 일 두고 고민하는 직장 선배 보고 창업 결심

 

3년만에 50만명 회원 모아, '좋은 아이돌보미'인식이 먹혀

 

'맘시터'는 아이 돌봄 시간 공유 서비스로서 0~10세 아이를 둔 부모와 일자리를 찾는 아이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맘시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맘편한세상 정지예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약 5년간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직장 선배들을 보며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솔루션으로의 사업을 고려하게 되었다'며 설립 계기를 밝혔다.

 

정 대표의 고민은 많은 부모의 공감을 얻었고, 서비스 런칭 3년 만에 누적 회원 수가 50만 명이 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월 1만 건의 후기를 누적하며 지속적이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앱의 이용은 접근성이 좋아 부모는 아이 돌보미를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만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맘시터는 이런 고민을 해소하고자 시터회원의 신원보증을 위해 까다로운 인증시스템을 적용했다. 부모회원은 시터회원에게 주민등록초본·가족관계증명·인성검사·건강진단결과서 등 7가지의 신원 보증을 요청할 수 있다.

 

시터회원 역시 활동 중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 등의 피해 보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업계 최초로 맘시터 안전보험을 출시했다. 부모회원과 시터회원이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KB 손해보험과 제휴를 맺어 출시한 것이다.

 

맘시터는 지난달 기준으로 활동 가능한 시터를 전국적으로 9만 명 보유하고 있으며, 지역과 원하는 활동을 선택한 후 활동 조건이 맞는 시터·부모회원 간 매칭이 이뤄진다. 시터의 시급은 전국 평균으로 대략 9000 원부터 시작되며, 활동시간, 자격증 보유 여부 등에 따라 시급 차이가 있다.

 

▲ '자란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육하는 모습 [사진제공=자란다]

▶ '자란다'의 배움선생님 평균 시급은 1만 7000원, 최저시급의 2배 수준

 

또 다른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플랫폼인 '자란다'는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근로자들을 겨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돌봄 선생님과 전문적인 배움 선생님으로 구분되어 있다.

 

배움 선생님의 평균 시급은 1만7000원 수준이다. 올해 최저시급 8590원의 2배 수준인 셈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방문 돌봄 수요가 더 늘어나는 상황에서 베이비시터 플랫폼 서비스는 확산 예방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플랫폼 서비스인 '자란다'에서는 △선생님 방문 시 손 씻기 필수 △수업예정인 선생님 대상 마스크 발송 △실내 수업 시 마스크 착용 권고 △교육 시 위생 교육 및 손 세정제 비치 △건강 상태 염려로 인한 수업 연기 및 취소 시 수수료 무료 정책 실현 등을 실시하고 있다.

 

▲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 [사진제공=자란다]

장서정 대표, "자란다의 선생님은 사회적 선순환 만드는 직업"

 

워킹맘의 95%는 퇴사 고민,베이비시터 플랫폼의 성장 근거

 

자란다 장서정 대표는 "부모님은 아이의 보육과 교육을 함께 나눌 대체양육자를 얻게 되어 본인의 일이나 다른 영역도 함께 집중할 수 있으며, 대체양육자인 선생님은 자신의 특기와 경력을 살린 유연한 일자리를 얻어, 도움이 필요한 세대에게 다른 세대가 도움을 주는 사회의 선순환을 만들고자 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맘시터 정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 "육아로 인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부모들이, 부모가 되기 전의 삶과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조화롭고 지혜롭게 이끌어갈 수 있기 바라며, 각 가정에 꼭 맞는 `좋은 아이돌보미`를 보다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19년 워킹맘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가 퇴사를 고민했고, 이 중 58%가 부모를 포함한 가족, 지인의 도움으로 대처했다고 한다. 아직 육아 주체의 사회적 인식이 여성에게 치우쳐져 있고, 공공돌봄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시터 고용을 희망하는 수요는 매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워킹맘의 95%가 퇴사를 고민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플랫폼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확실한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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