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 회장의 승부수, 아픈 손가락 ‘두산건설’ 털고 ‘두산솔루스’ 조짐 좋다
두산, 작년 영업익 1조 2619억 원…3년 연속 영업익 1조원 달성
‘두산건설’ 흑자 전환과 그룹 캐시카우 ‘두산밥캣’ 등 실적호조 영향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적자 늪에 빠진 두산건설의 심폐소생에 나섰다가 한 계단 내려앉은 두산의 신용등급이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주)두산은 지난해 매출 18조5357억원 영업이익 1조26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자회사의 실적호조와 두산건설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6.2% 7.3% 성장했다.
특히 최근 3년 간 영업이익의 적자폭이 컸던 두산건설은 전년대비 15% 증가한 1조78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10억원으로 2018년 522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두산 관계자는 "토목 및 건축 사업본부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멈추고 현 상황서 경영환경 개선 나서
지난해 두산건설이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지만, 그동안 적자가 이어져 지주사 두산의 신용등급은 한 단계 강등된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지주사 두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하향검토)에서 BBB (부정적)으로 강등됐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에 대한 잠재적 지원 부담이 지속되면서다. 당시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건설은 BB(하향검토)에서 BB-(안정적)으로 모두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결과는 두산건설의 실적 악화가 출자구조상 지주사 두산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두산건설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두산건설은 23년 만에 상장이 폐지되는 절차를 밟게 됐다. 두산건설은 박정원 회장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근무해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해, 그에게는 이 같은 결정이 아픈 손가락으로 남겨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두산건설의 상장 폐기 절차가 박 회장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더 이상의 심폐소생을 멈추고 자회사로 편입해 경영환경을 현 상황에서라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승부처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지난해 4분기 실적 상승곡선
특히 두산건설 실적 악화에 따른 지주사 두산의 일정 부분 타격을 상쇄시키는 전략 구축에 박 회장의 빠른 결단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0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자재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사업부와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부를 각각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이름으로 분할해 신설 법인을 설립했다. 박 회장 주도 아래 신설된 두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나란히 상승 곡선을 타면서 그의 리더십이 한층 단단해졌다는 분석이다.
2019년 4분기 두산솔루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700억 원 영업이익은 10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592억 원)은 18% 영업이익(76억 원)은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두산퓨얼셀의 매출액은 2212억 원 영업이익 195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4분기와 비교해 각각 매출액(1432억 원)은 54.5% 영업이익(136억 원)은 43.3% 증가했다.
더욱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자재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의 시장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지박 수요는 2018년 7만5000t(1조원 규모)에서 2025년 97만5000t(14조3000억원 규모)으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0% 성장해 2030년께 전기차 비중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3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두산솔루스의 실적 지표도 상승 곡선을 그리게되는 셈이다.
두산퓨얼셀의 향후 실적 곡선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2040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하는, 시장 전망이 밝은 산업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1월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업, 그리고 업계 등 수소 관련 전문가 주축으로 ‘수소경제 홍보 태스크포스팀’도 발족했다.
박정원 회장의 리더십은 지난해 두산건설 실적 반등으로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그동안 건설로 발목 잡힌 리더십의 승부처는 친환경 사업 투트랙에 달려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