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양대 과제는 IB부문 성장과 고객소통능력
권광석 내정자,우리은행이 처한 상황 타개하고 신성장동력 주도해야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최근 금융업계에 떠오르는 두 가지 트렌드가 있다. 바로 기업금융(IB)능력과 고객소통능력이다. 실제로 올해 초, 많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IB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인공지능(AI)시대의 승부처로 고객 중심 소통 능력을 꼽았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4일 하나금투에 대해 4997억원 규모로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면서 국내 초대형 IB 대열에 6번째로 합류하겠다는 게획을 발표한 것은 금융권이 IB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이다. 초대형 IB란 2016년 자기자본이 4조 원 이상인 증권사에 발행어음 업무 등의 다양한 업무를 허가해 대형 증권사로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IB들은 이런 장점을 활용했고, 적극적인 투자와 보유채권 평가이익 상승이 이어져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실제로 지난해 최대 규모의 수익을 올린 한국투자증권은 IB 부문의 투자를 통해 지난해 3분기 2187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IB 부문의 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지자 많은 금융업계에서 IB 전문 인력의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국내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오픈 뱅킹 서비스와 AI를 이용한 고객 상담 시스템 등을 도입하며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의 틀이 깨지고 있는 만큼 고객중심의 유연한 사고와 행동 및 쌍방향 소통을 통해 개방적인 업무방식이 금융권의 새로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차기 우리은행장 단독후보로 권광석(57)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내정돼 주목된다.
권 내정자는 유력하게 거론되던 우리은행 김정기 부문장을 제치고 후보에 오른 만큼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으로 인해 금융당국 및 고객과의 관계·신뢰 회복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권 내정자가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나갈 적임자로 지목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권 내정자의 강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 기업금융(IB)· 해외 IR 등 신성장 동력 추진에 적임자
첫째, IB 부문 및 해외시장 개척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광석 내정자는 1988년 상업은행에 입사해 2013년 우리은행 워싱턴 영업본부 본부장·우리은행 무역센터 금융센터장. 2014년 우리금융지주경영지원부 부장, 2017년 우리은행 IB 그룹 겸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을 역임한 후 우리은행 PE그룹 대표이사를 거쳐 2018년부터 현재까지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63년생이고 울산 학성고등학교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권 내정자는 우리은행 IB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IB 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올려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해외 기업설명회(IR) 경험도 많다. 우리은행의 기업투자금융 및 글로벌 확장 전략을 주도하는 데 적임자라는 것이다.
▶ 우리은행이 당면한 현실이 요구하는 '대내외적 소통 리더십'충족
둘째, 소탈한 성품 및 홍보 임원을 역임한 경력등으로 인해 '대내외적인 소통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은 더욱 CEO의 소통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현재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으나, 이사회는 손 회장의 연임을 유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와의 갈등국면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은행 내부도 술렁이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현재 우리은행 신뢰 회복이라는 큰 과제를 위해 조직 안정과 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권 내정자를 꼽았다는 분석이 금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권 내정자는 면접에서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 내실 경영, 신규 사업 기회 발굴을 통한 경영 효율화 등의 전략을 제시했는데, 임추위 위원들도 권 내정자의 경영 전략과 조직 구성원과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경영 철학을 좋게 평가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권 내정자는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 단장을 역임하며 인사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 폭넓은 마당발, 내외부 인적 네트워크 탄탄
셋째, '인적 네트워크'도 강점으로 꼽힌다. 권 내정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박병원 전 회장의 비서실 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최종 후보가 된 이유를 박 전 회장과의 관계에서 찾기도 했으나, 권 내정자는 이 같은 관측을 단호하게 반박했다. 권 내정자의 인적 네트워크가 우리은행과 현 정부 간의 소통창구 역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 내정자는 최근 2년간 우리은행을 떠나, 새마을금고에 거처를 두고 지낸 바 있다. 이를 두고 우리은행 차기 행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고는 하나 1988년 상업은행 입사 이래로 30년간 우리은행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돼 탄생했다.2002년 우리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따라서 권 내정자는 '우리은행 맨' 출신인 셈이다.
권 내정자는 우리은행 재직 당시 다양한 업무 분야를 맡으면서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외부와 교류하는 자리를 두루 참석했다고 전해진다. 즉 외부 뿐만 내부의 인적네트워크도 탄탄하다는 평가이다. 권 내정자의 이러한 강점들은 현재 안정보다는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우리은행에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해석된다.
한편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아왔던 암묵적인 관행이 있었다. 손태승 행장은 한일은행출신이다. 권 후보가 내정되며 '호선 관행'까지 지켜진 셈이다.